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모색 21] (9) 금지된 사랑-동성애를 위한 변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모색 21] (9) 금지된 사랑-동성애를 위한 변호

입력
2000.01.12 00:00
0 0

[모색 21] (9) 금지된 사랑-동성애를 위한 변호동물학자들이 자주 상기시키듯, 성애(性愛)의 수준에서 인류는 다른 동물들과 또렷이 구분된다. 다른 동물들이 특정한 시기에만 성욕을 느낄 뿐 그 나머지 삶을 섹스와 무관하게 보내는 데 견주어, 인간은 섹스에 대하여 「늘 준비된 상태」다. 인간은 섹스 안에서 즐거움과 재생산을 분리시키는 유일한 동물이다.

동서양의 여러 종교나 세속 권력이 성(性)과 관련된 갖가지 규범들을 만들어낸 것은 인간이 이렇게 「늘 준비된 상태」인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 규범들은 대체로 이상적인 섹스를 「재생산을 위한 섹스」의 범주 안에 가두었다. 「즐거움을 위한 섹스」는 극단적인 경우엔 금지되었고, 적어도 널리 장려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즐거움을 위한 섹스」의 해방은 인간의 적극적 진화 방향과 일치한다. 인간을 생물학적 제약에서 해방시키는 것은, 그 새롭게 획득된 자유를 적절히 사용할 수만 있다면, 예외 없이 진보이기 때문이다. 재생산과 완전히 분리된 섹스, 오로지 즐거움만을 위한 섹스의 가장 대표적인 것은 동성애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근친상간 이상으로 강력한 금제 하에 놓인 사랑이다.

동성애의 역사는, 이성애의 역사만큼은 아닐지라도, 오래고 오랜 것이다. 동성애자들은 흔히 자신들의 기록된 역사를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와 시인 사포에게까지 끌어올린다. 그러나 그들만이 이름난 동성애자인 것은 아니다. 미국 바사 대학의 영문학 교수 폴 러셀은 「게이 100_가장 영향력이 컸던 게이들과 레즈비언들의 랭킹, 과거와 현재」(1995)라는 책에서 역사 속의 중요한 동성애자 100인의 생애를 요약하고 있다. 이 리스트에는 소크라테스와 사포는 물론이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아르튀르 랭보, 폴 베를렌, 오스카 와일드, 버지니아 울프, 마거리트 미드, 루스 베네딕트, 앙드레 지드, 미셸 푸코, 앤디 워홀, 존 케이지, 앨런 긴즈버그 등 인류 문화사에서 자기 자리를 당당히 주장할 수 있는 빼어난 이름들이 포함돼 있다.

그러니까 동성애자는, 비록 성적 소수파이기는 하지만, 역사 속에서 늘 있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동성애를 이유로 투옥되기까지 한 오스카 와일드의 예에서 보듯 동성애자들은, 고대 그리스를 비롯한 몇몇 사회를 제외하면, 늘 주류 사회의 공격 목표가 되었다.

조직적인 동성애자 해방운동의 첫 걸음을 내딛은 사람은 마그누스 히르시펠트라는 독일인이었다. 독일 사민당의 당원이었던 그는 1897년에 최초의 게이 권리 조직인 「과학_인도주의 위원회」를 만들었다. 히르시펠트는 동성애자들이 생물학적으로 이성애자들과 다르다는 점을 증명하는 데에 동성애자 해방의 열쇠가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는 1만 여명의 표본집단을 대상으로 동성애에 대한 자료를 모은 뒤, 그것을 기초로 동성애자들은 이성애 남성과 여성과는 다른, 오히려 그들끼리 생물학적으로 동일한 제3의 성이라는 가설을 내세웠다. 그는 동성애자가 자연에 의해 형성된 인류의 변종일 뿐이며 그래서 그들의 성적 행동이 비윤리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동성애자와 이성애자 사이의 생물학적 차이들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것은 대단히 위험한 이론적 모험이었다. 동성애자들이 이성애자들과 유전학적으로 다르다는 것은 그들에 대한 「면책」의 사유도 될 수 있지만, 한편으로 차별과 배제의 근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치의 인종주의는 생물학적 결정론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마찬가지 논리로 동성애자들에게도 「열등 인간」의 족쇄가 채워질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나치 치하에서 게이 조직은 대대적 탄압을 받았고, 게이 운동 지도자들은 유대인들과 함께 수용소행 열차를 탔다. 얄궂게도 그것은 스탈린 치하의 소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혁명 뒤에 잠시 차별에서 해방되었던 동성애자들은, 1934년에 동성애를 포함한 「성적 일탈 행위」가 범죄 행위로 규정되면서 줄줄이 형사 처벌을 받았다. 전체주의 사회가 소수파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은 전체주의의 정의에서 도출되는 자명한 진리다. 그러나 서유럽이나 북아메리카의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동성애자들은 법률적 차별과 사회의 편견에 계속 시달려 왔다.

동성애자 해방 운동이 새롭게 힘을 얻은 것은 1960년대 말이다. 1969년 6월 28일 그리니치 빌리지의 동성애자 전용 술집 스톤월에 대한 뉴욕 경찰의 습격은 동성애자들의 폭동을 촉발시켰고, 몇 주 후에 뉴욕의 게이들과 레즈비언들은 「게이 해방전선」이라는 단체를 조직해 힘을 통한 동성애자 해방을 선언했다. 90년대 초 미국과 영국에서는 「퀴어 네이션」과 「분노!」라는 동성애 단체가 각각 만들어졌고, 1994년에는 20여만명이 「런던 동성애자 긍지 축제」에 참여했다. 동성애자들의 축제 시위는 그 이후 도시를 바꿔가며 이어졌다. 지난 세기의 후반 50년 동안 이밖에도 미국의 「마타신 회」(1950)와 「빌리티스의 딸들」(1955), 유럽의 「문화 및 오락 센터」(1966) 등 수많은 동성애자 조직이 생겨났고, 크고 작은 시위가 조직되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동성애자들은 떳떳하지 못하다. 동성끼리의 성행위만이 아니라 공공 장소에서의 입맞춤까지 범죄로 규정하고 있는 나라들이 수두룩하다. 동성끼리의 결혼은 아직도 대부분의 나라에서 인정되지 않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조차 게이 파티는 그 「난잡함」을 이유로 흔히 경찰의 단속 대상이 된다. 고용이나 사회 보장에서 동성애자들은 커다란 차별을 받고 있다. 1967년 동성애 금지법을 폐지한 영국에서도 동성애자들은 교사나 외교관이 될 수 없다. 언론들도 동성애에 대해서 대체로 부정적이다. 에이즈와 관련된 편견은 동성애자들에 대한 심리적·물리적 박해를 더 강화했다.

동성애적 성향이 생물학적인 것이든 사회적으로 습득된 것이든, 그것은 결국 개인들의 성적 취향일 뿐이다. 동성애는 합리적 이유로 형법의 제재를 받고 있는 「어린이 성애(페도필리아)」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민주주의의 본질적 구성 요소가 자유와 평등이라면, 그리고 그것의 심리적 기반이 너그러움이라면, 동성애자들에게 가해지고 있는 법적 차별과 관습적 편견은 부당하다고 볼 수 있다. 다른 취향에 대한 너그러움과 개인의 영역에 대한 불간섭이 한 사회의 에토스로 자리잡을 때, 동성애자들과 이성애자들은 서로를 무심하게 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부와 자녀로 구성되는 지금의 가족 제도가 견고히 남아 있는 한, 동성애자들의 소외와 차별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그것은 여성 해방과 마찬가지로 동성애자 해방도 가족의 미래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뜻한다.

키워드/동성애와 관련된 어휘들

「동성애자(독일어 Homosexueller, 영어 homosexual)」라는 말은 19세기 후반 독일어권의 의사들이 사용하기 시작한 뒤, 곧이어 여러 유럽어로 차용됐다. 의학계를 벗어나 일상어로 편입되자마자 이 말은 강한 경멸적 함의를 담게 되었다. 지금 「동성애자」라는 말은 초창기의 경멸적 함의를 많이 덜어냈지만, 아직도 그것을 말끔히 씻어내지는 못했다. 줄여서 호모(homo)라고만 쓸 때는 경멸적 함의가 더 도드라진다. 지금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용어는 남성 동성애자의 경우엔 「게이」이고, 여성 동성애자의 경우는 「레즈비언」이다. 이 말들은 이제 한국어로도 편입됐다.

레즈비언은 시인 사포가 살았던 에게해의 섬 레스보스에서 온 말이다. 사포는 기록에 남아있는 최초의 여성 동성애자로 간주된다. 여성 동성애는 레즈비어니즘이라고 하고, 사포의 이름을 따 사피즘이라고도 한다. 남성 동성애를 소도미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은 아주 부정적인 함의를 지닌 말이다. 음란과 부패의 죄를 지어 고모라와 함께 파괴된 팔레스타인의 도시 소돔(창세기의 기록)에서 온 이 말은 주로 항문 성교를 가리킨다.

우리말 「동성애」는 영어 호모섹슈얼리티(homosexuality)를 직역한 말이다. 이 말은 일본어 「도세이아이(同性愛)」를 거쳐서 왔을 것이다. 남성 동성애를 뜻하는 「남색」이라는 말도 일본어 「단쇼쿠(男色)」나 「난쇼쿠(男色)」에서 온 말일 것이다. 동성애를 뜻하는 산뜻한 고유어는 없다. 동성애에 대한 오래된 사회적 편견은 동성애를 뜻하는 말들에다가 죄다 칙칙한 무늬를 새겨놓았다. 「남색」이라는 말의 울림도 더 할 수 없이 칙칙하지만, 그것의 토박이말인 「비역」은 그보다 더하다.

「비역」은 줄여서 「벽」이라고도 하고, 경멸의 뜻을 담은 접미사 「질」을 붙여 「비역질」이라고도 한다. 비역의 상대는 「살친구」라고 한다. 그러니까 「살친구」는 게이들이 자기 파트너를 이르는 말이다. 「살친구」를 「면」이라고도 한다. 「살친구」나 「면」을 한자어로는 미동(美童)이나 연동(戀童)이라고도 하지만, 이 말들에는 동성애 못지 않게 어린이 성애의 울림이 있다. 「비역」을 한자어로는 「면수(面首)」라고도 하고 「계간(鷄姦)」이라고도 한다. 「면수」는 본디 여자처럼 곱게 생긴 사내를 뜻하는 말이다. 고유어처럼 사용되는 「면」은 이 「면수」가 줄어든 말일 가능성이 있다. 아무튼 그런 의미의 「면수」가 남성끼리의 성행위를 뜻하게 된 것은 일면 그럴 듯하다. 「비역」의 대응어, 그러니까 여성끼리의 성행위는 고유어로 「밴대질」이라고 한다. 그 말은 「밴대」라는 명사에서 파생되었고, 다시 「밴대질치다」라는 동사를 파생시켰다.

동성애와 관련된 우리 고유어 어휘는 그 강렬한 부정적 함축 때문에 대부분 금기어에 속한다. 즉 여느 담화에서는 함부로 입밖에 낼 수 없는 말들이다.

동성애는 영화와 공연예술의 소재로 자주 차용되고 있다. 97년 제50회 칸 영화제에서 최우수 감독상(왕자웨이)을 받은 영화 「부에노스 아이레스」. 장국영과 왕조위가 남성간 사랑을 나눈다.

상영중인 영화 「여고괴담_두번째 이야기」는 여고생간의 동성애적 우정의 소통문제를 다루고 있다.

서울의 한 레즈비언 카페. 96년 촬영.

*[동성애를 위한 변호] 동성애 관련 어휘들

'동성애자 (독일어 Homosexeller, 영어 homosexual)'라는 말은 19세기 후반 독일어권의 의사들이 사용하기 시작한뒤, 곧이어 여러 유럽어로 차용됐다.

의학계를 벗어나 일상어로 편입되자마자 이 말은 강한 경멸적 함의를 답게 되었다.

지금 '동성애자'라는 말은 초창기의 경멸적 함의를 많이 덜어냈지만, 아직도 그것을 말금히 씻어내지는 못했다.

줄여서 호모(homo)라고만 쓸때는경멸적 함의가 더 도드라진다.

지금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용어는 남성 동성애자의 경우엔 '게이' 이고 여성동성애자의 경우는 '레즈비언'이다. 이 말들은 이제 한국어로도 현입됐다.

레즈비언은 시인 사포가 살았던 에게해으이 섬 레스보스에서 온 말이다.

사포는 기록에 남아있는 최초의 여성 동성애자로 간주된다. 여성 동성애는 레즈비어니즘이라고 하고, 사포의 이름을 따 사피즘이라고도 한다.

남성 동성애를 소도미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은 아주 부정적인 함의를 지닌 말이다.

음란과 부패의 죄를 지어 고모라와 함께 파괴된 팔레스타인의 도시 소돔(창세기의 기록)에서 온 이말은 주로 항문 성교를 가리킨다.

우리말 '동성애'는 영어 호모섹슈얼리티(homosexuality)를 직역한 말이다.

이 말은 일본어 '도세이아이(同性愛)'를 거쳐서 왔을 것이다.

남성 동성애를 뜻하는 '남색'이라는 말도 일본어 '단쇼쿠(男色)'나 '난쇼쿠(男色)'에서 온 말일 것이다.

동성애를 뜻하는 산뜻한 고유어는 없다.

동성애에 대한 오래된 사회적 편견은 동성애를 뜻하는 말들에다가 죄다 칙칙한 무늬를 새겨놓았다.

'남색'이라는 말의 울림도 더 할수 업시 칙칙하지만, 그것의 토박이 말인 '비역'은 그보다 더하다.

'비역'은 줄여서 '별'이라고도 하고, 경멸의 뜻을 담은 접미사 '질'을 붙여 '비역질'이라고도 한다.

비역의 상대는 '살친구'라고 한다. 그러니까 '살친구'는 게이들이 자기 파트너를 이르는 말이다. '살친구'를 '면'이라고도 한다.

'살친구'나 '면'을 한자어로는 미동(美童)이나 연동(戀童)이라고도 하지만, 이 말들에는 동성애 못지 않게 어린이 성애의 울림이 있다. '비역'을 한자어로는 '면수(面首)'라고도 하고, '계간(鷄姦)'이라고도 한다.

'면수'는 본디 여자처럼 곱게 생긴 사내를 뜻하는 말이다. 고유어처럼 사용되는 '면'은 이'면수'가 줄어든 말일 가능성이 있다.

아무튼 그런 의미의 '면수'라 남성끼리의 성행위를 :뜻하게 된것은 일면 그럴 듯 하다. '비역'의 대응어, 그러니까 여성끼리의 성행위는 고유어로 '밴대질'이라고도 한다.

그 말은 '밴대'라는 명사에서 파생되었고, 다시 '밴대질치다'라는 도사를 파생시켰다.

동성애와 관련된 우리 고유어 어휘는 그 강렬한 부정적 함축 때문에 대부분 금기어에 속한다.

즉 여느 담화에서는 함부로 입밖에 낼 수 없는 말들이다.

편집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