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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2000학년도 논술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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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2000학년도 논술문제

입력
2000.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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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지문을 읽고 반드시 하나의 완성된 논술문을 작성하시오. 단(1)(2)(3)항에 제시된 질문의 범위 내에서 순서에 따라 서술할 것.컴퓨터 2000년인식오류(Y2K) 가능성 때문에 지난 한해 동안 온 세계가 긴장하였다. 예상 가능한 재앙들의 목록을 만들었고 엄청난 돈을 들여 예방책을 강구했다. 전문가들은 은행의 전산시스템에 오류가 생기면 예금자에 관한 모든 정보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Y2K재앙」을 경고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이기적인 동기에서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개인은 당연히 자신의 예금을 모두 인출했을 것이고 그러면 모든 은행이 파산했을 것이다. 우리는 개인들의 그와 같은 「합리적 행위선택」을 비난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이기적 동기에서 그렇게 행동했다면 개인적인 이득과는 비교가 안되는 엄청난 사회적 손실을 초래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예금을 인출하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1)인간은 항상 이기적인 동기만으로 행동하지는 않는다. 이런 측면에서 예금인출사태가 일어나지 않은 이유는 사회적 이익을 위해서 개인의 이기적인 행동은 제한되어야 하며, 그러므로 「나는 돈을 인출해서는 안된다」는 도덕적 판단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개인의 도덕성은 사회의 도덕성을 강화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우리의 주변에서 이와 비슷한 사례를 제시하시오.

(2)지난해 12월31일부터 금년 1월3일까지 국내의 모든 은행들은 「Y2K문제」에 대비하기 위해서 일시적으로 업무를 중단하였다. 이런 사회적 규제장치는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였다. 우리는 왜 이런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지, 사회가 개인에게 부과하는 이런 요구의 정당성을 논증하시오.

(3)반면에 민주주의사회에서 개인의 「합리적 행위선택」은 전면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보고 이같은 조치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이들이 반대하는 근거를 제시하시오.

[문제해설 및 출제의도]

이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당위성 결론을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자명한 도덕적 사실을 문제삼아 「자명한 사실로 되어가는」 과정을 논증해 보라고 함으로써 학생들의 논리적 추론 능력을 측정하는데 문제의도가 있다. (1)번은 『은행이 파산할지도 모르는데 왜 예금을 인출하지 않는가?』라는 아주 상식적인 질문에서 출발한다. 도덕적 행위준칙이 개인을 구속할 뿐만 아니라 사회도덕을 강화하는 기제임을 말해주고 전쟁발발 상황 정체되고 있는 고속도로에서 갓길 운행을 하는 사례 약속 파기 등을 예로 들어 (2)번,(3)번을 논증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2)번 질문은 (1)번에서 이어져 사회적으로 틀 지어진 일련의 규제장치들이 개인에게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은 어디까지 정당한지 논증하는 것이다.

예컨대 택시를 타고도 차비를 내지 않거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도 점심값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택시는 무임승차자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고, 식당은 문을 지키는 사람을 고용해야 할 것이다. 이는 엄청난 사회비용을 필요로 할 것이고, 결국 택시비, 밥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 사회가 개인에게 요구하는 도덕은 「성인군자」가 되라는 요구가 아니라, 최소한의 정직과 신뢰를 가지라는 요구이다. 또 사회를 유지하려는 인간 고유의 본성 때문이다.

(3)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에서 합의된 계약조건을 위반하고 사회가 개인을 강제하는 어떤 공적규제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발하는 사람, 집단들이 있다. 사회도덕에는 공동체 성원들 간의 합의에 기초하지 않은 요소들이 개입되는 경우가 있다. 이데올로기적, 종교적, 나아가서 민족적 이유에서 부과되는 지나친 충성의 요구,특히 오늘날과 같은 정보통신기술이 지배하는 변화무쌍한 사회에서 규범이 현실을 따라잡지 못해서 생기는 「부당한 관습」 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학생들은 그러한 주장의 도덕적 진위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다만 어느 정도 논리적으로 보이는 그들의 반대논거를 제시하는 정도에서 그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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