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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없는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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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없는 서울'

입력
2000.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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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주소 부여 연내완료 'OO길△호'표기기존의 주소체계를 길 이름 중심으로 바꾸는 「새주소 부여사업」이 정부와 각 자치단체별로 추진되고 있다. 1910년부터 사용돼 온 현행 주소체계는 토지 지번을 중심으로 이뤄져 있어 실제 주소 만을 갖고 집찾기에 나설 경우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랐다. 이에 새주소부여사업은 현행 주소를 도로이름과 건물번호를 결합한 서구형 주소체계로 바꾸는 것으로 가장 빠른 진척도를 보이는 서울시의 경우 올해 연말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경과

문민정부때인 1996년 7월 행자부(당시 내무부)에 실무기획단이 편성돼 새주소부여사업의 기초안이 마련됐다. 16개 시·도 자치단체별로 별도 팀을 구성해 공청회 등을 거쳐 길 이름을 짓고 건물에 일련 번호를 붙여 나갔다.

사업 초창기인 1997∼1998년에는 골목길을 포함한 모든 도로에 이름을 붙여보았으나 서울 강남구만해도 900여개의 길 이름이 양산돼 오히려 더 혼란스럽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여러 혼선을 거쳐 통일된 지침을 바탕으로 지난해 말까지 시범지역으로 선정된 경기 안양시와 서울 강남구, 안산 청주 공주시 등 10여개 자치단체가 새 주소 부여사업을 완료한 상태다.

■실태

서울시는 129개 간선도로와 20,000여개의 연결도로에 대한 새이름 작명작업을 끝내고 건물 번호를 부여하는 마지막 점검만을 남겨놓고 있다. 또 논란이 됐던 동(洞) 이름은 해당 간선도로명 앞에 붙이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따라 내년부터 쓰여질 새주소는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테헤란로 13호」「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샛별3길 14호」등으로 정리됐다. 건물 출입문이 설치된 쪽의 도로명이 채택되고 건물번호는 북(北)에서 남(南), 서(西)에서 동(東) 순서로 매겨진다. 도로명은 간선도로와 이를 축으로 연결된 소로(小路)에만 붙여지고, 소로에 접한 골목길은 「△△1길」「△△2길」식으로 명명된다.

■절차 서울시는 올해 4월까지 새도로명이 적힌 표지판과 건물에 부착되는 번호판에 대한 제작지침을 각 자치구에 내려보낼 방침이다. 자치구별로 제작되는 표지판의 색깔은 모두 통일시키기로 했다. 또 올해초 강남구 등 몇개 지역을 시범지역으로 정해 운영해본 뒤 발생하는 문제점 등을 6월까지 보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연말까지 새주소에 대한 전산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시는 또 연말께 새주소가 적힌 지도 등을 제작, 배포할 방침이며 인터넷을 통해 구(舊)주소를 입력하면 새 주소를 안내해주는 프로그램도 개발중이다.

현재 작업이 끝난 강남구의 경우 홈페이지(www.kangnam.seoul.kr)에 들어가면 「강남구 새주소 안내」사이트에서 변경된 주소 안내를 해주고 있다.

■문제점

새주소는 행정동명과 길이름 뒤에 호(號)수가 들어가므로 기존 주소보다 길어져 이용이 불편하다. 또 테헤란로 언주로 강남대로 양재대로 등 소로를 많이 끼고 있는 대로의 경우 소로명이 많아져 새주소에 적응하려면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토지대장 호적 주민등록 서류 등 관청에서 사용되는 모든 서류는 한번에 교체가 어려워 당분간 기존 주소체계를 유지할 방침이다. 새주소가 전국적으로 갖춰진다 하더라도 통일된 전산망을 구축하려면 적어도 2006∼2007년께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새주소가 실제 생활에 정착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 많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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