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밀레니엄이 시작됐다. 21세기의 진료실은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 갈까. 그동안 의사의 주된 임무는 환자의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었다. 즉 의사가 환자의 증상을 듣고 진찰과 검사를 한 뒤 필요한 처방을 해주는 시스템이었다. 말하자면 「질병중심」, 「의사중심」이었다.그러나 사회가 복잡해지고 전반적인 의식수준이 향상되면서 환자의 질병뿐 아니라 그 뒤에 숨어있는 경제적, 사회적, 정신적 문제도 함께 진료하고 예방과 재활까지 포함하는 「전인진료」에 대한 요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환자도 더 이상 의사가 시키는 대로 따라만 하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다. 자신의 질병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뿐아니라 다양한 치료법의 효과와 부작용을 파악한 다음 자신의 가치관 및 판단에 따라 스스로 치료법을 선택하는 「자기결정권」을 요구하고 있다.
바야흐로 「환자중심」의 의료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강조됨에 따라 의사는 진료와 관련된 모든 사항을 설명한 후 환자 동의를 얻어 치료방침을 결정하는 것이 보편화하고 있다.
또한 의학의 발전으로 전문분야가 세분화하면서 의사 혼자의 힘으로는 대처하기 어려운 환자가 많아지고 있다.
즉 동료는 물론 다른 분야의 전문의와 의논하고 간호사, 의료기사 등 모든 직원과 팀을 이뤄야만 진료가 가능한 경우가 흔하다. 의사 개인이 아닌 「팀 의료」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반증이다.
앞으로는 동료의사와 긴밀하게 협조하고 환자의 말을 잘 듣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하며 간호사, 의료기사 등 병원내 모든 직원들과 힘을 합쳐 효율적인 팀으로 기능할 수 있어야 좋은 의사가 될 수 있다.
또 환자가 최선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비 절감만을 요구하는 정부나 사회의 압력으로부터 환자를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의사가 해야 할 일은 점점 많아지는 반면 진료여건은 점점 나빠지는 것 같아 걱정스럽기만 하다.
/서정돈·성균관대의대 학장·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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