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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노사관계 변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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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노사관계 변할 때다

입력
2000.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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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노사관계는 생산적 협력관계로 바뀌어야 하고 노사가 공평하게 분배에 참여해야 하며 모든 교섭은 합법적이고 평화적으로 행해져야 한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새천년 신년사에 이렇게 강조했다.새로운 세기의 전개에 즈음하여 노사관계가 변해야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첫째, 민주화 추세에 맞추어 노사관계도 민주화되어야 한다. 민주적 노사관계란 노동자와 사용자가 대등한 입장에서 그리고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우리 나라 노사관계도 이제는 이러한 민주적 관행을 실천적으로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 이런 점에서 만성적인 노사분규를 거듭해 온 한 거대사업장의 노조위원장이 최근 파업을 지양하고 성실교섭의 원칙에 따라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사실상 무쟁의를 선언한 것은 노사관계의 민주화를 촉진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둘째, 세계화시대의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노사관계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국제경영개발원에 따르면 1994년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은 25위였으나 1999년에는 세계 47개국중 38위로 순위가 해마다 떨어지는 추세이고 노사관계 경쟁력은 46위로 끝에서 두번째다.

무엇보다 우려할 점은 노사분규로 인한 근로손실일수가 근로자 1,000명당 33.6일(1997년 기준)이나 되어 2.0일밖에 안되는 이웃 일본의 16배가 넘는다는 사실이다. 이는 국가경쟁력의 약화 원인중 하나가 노사관계의 낙후라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노사가 협력하지 않고는 국제경쟁에서 생존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1970년대 후반 느닷없이 밀어닥친 외환위기와 경제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영국 노조는 대처리즘을 수용하고 대결적 노사관계를 협력관계로 전환했다. 그래서 그들은 영국병을 치유하고 경제를 살리는데 성공했다. 네덜란드는 고임금 고물가 고실업의 화란병을 치유하기 위해 1982년 바세나르(Wassenar)협약을 체결, 노조는 임금인상을 자제했고 사용자는 근로시간 단축을 양보하여 네덜란드의 기적을 이룩할 수 있었다.

일본 제조업의 탄탄한 경쟁력도 두 차례의 오일 쇼크를 고비로 악명 높던 춘투(春鬪)가 사라지고 노사협력이 증대되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 세계적으로 공인된 사실이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일본 경제의 도약에 위협을 느낀 1980년대 미국기업들은 경영혁신을 위하여 노사가 손을 잡고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노사렵력에 힘입어 미국은 1990년대에 들어서 세계화의 흐름을 주도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셋째, 위기재발을 막기 위해서도 노사는 손을 잡아야 한다. 오늘의 한국경제는 마치 중병을 앓고 난 후의 건강상태처럼, 겉보기에는 활력이 넘치는 듯 하지만 아직은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 물론 1997년 환란 당시의 경제사정과 지금을 비교한다면 우리는 분명 저력이 있는 민족임에 틀림없고 자부심을 느껴 마땅하다. 그러나 간신히 위기의 터널을 빠져 나오기는 했으나 잠시라도 긴장을 풀면 언제든지 또 다른 좌절에 부닥칠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는 민족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법이다. IMF 관리체제를 불가항력으로 받아들여야 했던 20세기말의 한국역사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한가지 교훈은 좀 형편이 좋아졌다고 성급하게 샴페인을 터뜨리거나 노사가 자기몫 찾기에만 열중하면 경제발전의 성취가 하루 아침에 모래성처럼 무너진다는 점이다. 우리가 한 노조위원장의 무쟁의 선언을 의미있게 받아들이는 이유가 바로 이 점에 있다./김호진 노사정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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