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거짓말」이 지난 주말 전국 영화관에서 일제히 상영됐다. 이 영화는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두 차례나 등급보류 판정을 받은 화제의 영화였던 만큼 주말에 많은 관객이 몰렸다. 그런데 음란폭력성조장매체대책 시민협의회(음대협)의 조사에 따르면 이 영화를 본 관객의 86.3%는 이 영화가 「상업적 포르노에 가깝다」고 응답했고,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라는 반응은 13.7%에 그쳤다고 한다. 우리는 시민의 평가가 대체로 공정했다고 생각한다. 주말이 지나면서 관객 수도 점차 줄어드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문화를 도덕적 엄숙주의로 재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때로는 위험한 발상일 수 있다. 그러나 「거짓말」에 대한 적지 않은 미학적 수사에도 불구하고 여고생과 중년 남자의 섹스 탐닉을 다룬 이 영화는 음란성 짙은 장면이 지루하게 반복되는 저급한 영화로 보인다. 이 영화는 「가학·피학성이 강하기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위험하다」는 평가를 받는 일본 포르노영화의 수준이었고 또 유사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 의미에서 「보통 사람들」의 안목에 대해 새삼 신뢰감을 갖게 된다.
이 영화가 서울 「미아리 텍사스 촌」을 출발점으로 미성년자 매춘에 대한 전쟁이 시작된 시기에 개봉되었다는 것은 아이러니이지만 별개의 문제다. 이 영화는 돈으로 성을 사고파는 매춘과는 무관한 듯하나, 관객은 여주인공이 아직 어린 여고생이라는 점을 대부분 다 알고 있다. 주인공이 여고생임을 나타내는 부분은 세번째 등급심사를 받으면서 삭제되기는 했다. 이 영화는 지난 주말 서울에서만 10여만 명의 관객이 몰렸고, 앞으로 전국에서 40만~50만명 정도의 관객은 동원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 음대협은 상영을 저지하기 위해 이 영화를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검찰이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몇차례 걸러진 영화라는 점을 고려하는 신중한 태도는 바람직하다. 검찰이 문화에 일일이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문제는 주인공이 여고생이라는 점이 가려졌다는 이유로 등급판정을 내린 등급위원회의 「눈 가리고 아웅」식의 심사기준에 있다. 등급부여를 받은 영화가 86%의 일반관객에 의해 「포르노 영화」라는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등급위원회는 이를 계기로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객관적인 심사기준을 마련하고 실행해야 한다. 또한 이 영화는 등급외 영화를 상영하는 성인영화전용관 설립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키고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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