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상석의 월드워치] 파주와 워싱턴 사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상석의 월드워치] 파주와 워싱턴 사이

입력
2000.01.12 00:00
0 0

「(한미간의)팀웍이 폭발물소동 처리에 결정적 역할…주한미군」 「한미 공조체제에 구멍노출…주민들 미군들 어떻게 믿겠나 분통」지난 4일 밤과 5일 새벽 경기 파주시에 있는 캠프 에드워즈 미군기지에서 있었던 폭발물 소동과 이에따른 주민대피 사건을 다룬 한·미 양측의 언론보도 내용이다. 앞의 제목은 성조지(星條紙) 8일자에 달린 것이고, 뒤는 6일자 국내 일간신문 사회면 제목이다. 사건 발생후 수10시간이 지난 다음에 나온 양측 신문의 기사가 어쩌면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민주사회에서 다양한 견해의 자유로운 분출은 오히려 장려해야할 일이다. 우리 언론이 파주시민의 대피소동을 부각시킨 태도도 이해할만 하다. 아닌 밤중에 홍두께식으로 따뜻한 안방을 비워두고 혹한 속에서 날밤을 새워야했던 기지주변 시민의 고통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이들의 분노는 미군들이 전날밤 8시부터 이미 대피를 시작했으면서도 한국측에는 자정이 넘어서야 대피의 불가피성을 알렸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서 절정에 달했다. 우리 언론은 여기에 초점을 맞춰 미군이 한국민의 생명은 뒤로한 채 자기들의 안전을 앞세웠다고 비난했다.

이런 점에 비추어보면 성조지 기사의 제목은 지나치게 한가해 보인다. 4.19 당시 서울 시가지에서 투석전이 벌어지고 경찰의 발포로 사망자가 나오고 있는 상황속에서도「모든게 조용하다(All is quiet)」는 방송을 내보냈던 미국의 소리(VOA) 보도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주한미군과 미대사관측은 이번 사건을 다루는 우리 언론보도 태도에 크게 우려하고 있다. 국내언론 보도가 많은 부분 사실과 동떨어져있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도 미군이 한국민의 안전을 무시했다는 보도에 충격을 받고있다. 그들의 존재이유에 대한 도전으로까지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국방부가 적극적으로 미국측의 입장을 해명해주지 않는데 대해서도 내심 불만이 크다.

미국측의 한 관리는 『한국측이 언제, 어떤 방법으로 미국측의 첩보를 접하게 됐으며 그 뒤 단계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주한미군은 9일 이례적으로 한국합참에게 「폭발물 위협이 알려진 이후부터 미국이 취한 조치들을 면밀히 재검토하는데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미국측이 책임을 다하고도 욕을 먹고 있으니 사실관계를 명확히 규명해보자는 얘기였다.

주한미군 관계자의 증언과 상황일지등에 따르면 미국측은 워싱턴의 연방수사국(FBI)이 미육군상황실을 통해 전화로 1차 첩보를 보내온 4일 정오께부터 합참, 파주 인근의 예하부대및 각급 유관기관들에게 추가정보를 제공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미군측의 한 관계자는 「미8군이 4일 오후 8시께부터 170여명의 부대원을 철수시키면서도 왜 파주시민의 대피책을 강구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 『5일 자정 이전까지만해도 폭발물이 터지더라도 피해가 기지내로 국한될 것이라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벌써 1주일이나 지났지만 이번 사태의 전후사정을 꼼꼼히 되짚어 보는 일은 한미관계의 앞날을 위해서 필요한 작업이다. 사실관계가 잘못 알려져 양국간의 불신이 깊어진다면 이는 누구에게도 득이 될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 소동은 미국에서 FBI에 검거된 주한미군 출신의 한 피의자가 털어놓은 거짓제보로 인해 빚어진 하나의 해프닝으로 결말이 났다.

별다른 불상사없이 마무리된 것만 해도 다행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한미 양국군간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에 허점이 드러났다. 양측은, 특히 한국군은 더 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위해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도 서둘러야한다.

편집위원

behapp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