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의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 당초 개각 대상이 7-9개 부처로 중폭 개각이 「원안」이었으나 4-5개 부처 장관만을 교체하는 소폭 개각으로 변하고 있다. 일각에서 강력히 대두된 경제부처의 전면 개편론도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다.소폭 개편이 유력해진 이유는 국정의 안정성이 우선 순위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중폭 이상의 개각론은 새 천년의 의미를 살리고 총선을 앞두고 내각의 면모를 일신, 국민에 신선한 이미지를 주자는 차원에서 제기됐다.
특히 외환위기가 극복되고 경기가 회복된 데 힘입어,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대두되면서 경제팀의 개편이 중폭 이상이 될 것으로 점쳐졌다.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론은 구조조정을 하되 자율에 맡기고 성장에도 무게중심을 두자는 것이다. 여기에는 틈새를 뚫고 자리를 점유하려는 정치권의 입김도 엿보인다. 또한 상당수 경제장관들이 총선에 차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자리 이동이나 교체가 늘어날 것으로 보였다.
이에 따라 출마가 확정적인 강봉균(康奉均)재경장관은 물론 산업자원 정보통신 기획예산처 장관과 금감위원장 등이 바뀐다는 게 기정사실로 굳어져 있었다. 사회부처 중에는 행정자치 노동장관이 출마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교육장관의 경질도 유력했었다.
그러나 개각이 임박하면서 소폭으로 기울고 있다. 출마 대상군에 포함돼 있던 남궁석(南宮晳)정통 진념(陳稔)기획예산처장관이 일단 유임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 모두 출마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데다 그동안 업무수행에 능력을 보였다는 점에서 출마 보다는 유임으로 가닥이 잡힌 것이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지금 내각은 일을 잘하고 안정적이며 검증을 받은 인물들로 구성돼 있다』며 『선거 때문에 지금의 틀을 흔들면 국정수행에 차질이 생겨 득 보다 실이 더 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봉균 재경장관은 수도권 출마로 마음을 굳혔고 이에 따라 후임에는 이헌재(李憲宰)금감위원장이 유력시된다. 상당수 금융계와 경제관료들은 이금감위원장이 금융시장에 정통하고, 외국투자가들의 신뢰를 받는다는 점에서 교체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때와는 달리 금감위의 역할이 제한적으로 변한 지금, 이위원장을 현 위치에 묶어둘 필요가 없다는 견해가 다수론으로 자리를 잡게된 것이다.
금감위원장의 후임에는 전윤철(田允喆)공정거래위원장이 유력하며 이용근(李容根)금감위 부위원장, 김정태(金正泰)주택은행장도 거론된다.
유임되는 진념 기획예산처장관은 재경장관이 경제부총리로 승격될 경우 이 자리에 발탁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한 고위인사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진장관의 역량을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앞으로 중하게 쓸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부처에서는 김기재(金杞載)행자장관이 지역구에 출마하지 않는 대신 비례대표와 부산·경남 선대본부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행자장관 후임에는 지역안배 차원에서 강덕기(姜德基)전서울시장 직대 등 영남 출신의 발탁 가능성이 높다.
이상룡(李相龍)노동장관은 강원 홍천·횡성 출마가 확정적이며 후임에는 청와대 김유배(金有培)복지노동수석이 유력하며 김상남(金相男)차관, 부산출신인 배무기(裵茂基)중앙노동위원장도 거론된다.
경질 케이스로 거론된 김덕중(金德中)교육장관의 거취는 아직 결론이 나지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장관 교체시에는 후임으로 송자(宋梓)명지대총장, 문용린(文龍鱗)서울대교수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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