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기술의 놀라운 발전은 인간에 버금가는 지능을 기계에 부여하는 인공지능 연구에 부단히 도전하고 있다.뇌과학 연구가 그러하듯 인공지능 개발에서도 융합과학적 접근은 필수적이다. 필기체를 읽을 줄 아는 컴퓨터 만들기에 전념하고 있는 김진형(과학기술원 전산학과)교수는 『가장 필요한 것은 심리학자』라고 말한다.
김교수는 수많은 글자를 보여 컴퓨터가 이를 인식토록 하는 과제를 추진중인데 이 학습에 사람의 인지과정을 요소별로 나누고 실험하는 방식이 매우 유용하기 때문이다.
문자를 인식해 우편분류, 수표인식을 대신하게 하는 것, 지문·서명·홍채등으로 보안시스템을 개발하는 것, 음성을 인식해 말로 명령을 받고 임무를 수행하는 컴퓨터를 만드는 것…. 통틀어 「패턴인식」이라는 이 기능은 인공지능의 핵심이며 사무자동화의 기반이다.
패턴인식기술은 신용카드회사에서 소비자의 구매패턴 분석, 금융사의 여신심사에도 쓰이며 의학분야에도 큰 역할이 기대된다.
세상에서 가장 패턴인식을 잘 하는 것은? 바로 인간이다. 인간의 뇌는 십년만에 만난 사람도 잘 알아보고 전화로도 누구 목소리인지 파악한다.
1970~80년대 인공지능의 대표적 성공사례인 「전문가시스템」은 제한된 분야에서 뛰어난 전문능력을 발휘하지만 너댓살짜리 아이가 할만한 심부름에는 두 손을 들어버린다. 이런 한계 때문에 인공지능 연구는 『다시 생명체로!』라고 부르짖고 있다.
인공지능에서 「생명체 패러다임」을 도입한 예가 신경망, 진화론, 인공생명등이다. 신경망컴퓨터는 두뇌의 신경망을 본따 입·출력의 효율에 따라 소자 사이의 연결이 조정되도록 함으로써 정보를 처리하고자 한다.
이경민교수팀은 이러한 접근으로 어림셈을 할 줄 아는 프로그램개발에 성과를 보였다. 조성준(서울대 산업공학과)교수는 여러 수준의 신경망이 함께 학습하는 것을 연구중이다.
일본 전기통신기초기술연구소(ATR)와 공동연구를 진행중인 조성배(연세대 컴퓨터과학과)교수는 신경망을 「진화시킨다」. 컴퓨터가 진화할까? 자기복제할 수 있고 입·출력의 효율성을 비교하는 기준이 있으면 여러 개의 프로그램들이 수시간~수일동안 서로 일부를 맞바꾸고 복제하면서 적자생존한다.
조교수의 「CAM 브레인」은 신경망의 기본단위가 작동하는 극히 단순한 규칙만 갖춘 뒤 진화를 통해 복잡한 뇌 구조를 닮으려는 연구다. 그는 『사람이 설계하기 어려운 구조를 스스로 진화해 형성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진화를 시키면 스스로 알고리즘이 고
장병탁(서울대 컴퓨터공학과)교수는 진화론을 개발 알고리즘으로 주가를 예측하고, 패턴을 인식하고, 로봇이 장애물을 피해 가도록 제어하는 데에 적용하고 있다. 회로소자 사이의 결선, 조합이 재구축되도록 하면 하드웨어도 진화한다.
장교수는 『진화론적 접근은 상황에 대한 적응력이 크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한다. 지난 50여년동안 하등동물의 지능조차 따라잡지 못한 인공지능이 다분히 생물학적인 패러다임을 돌파구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인공지능의 화두는 학습. 뇌의 학습은 신경세포(뉴런)간의 연결이 변화함으로써 이루어진다.
게다가 뇌는 자주 쓰는 영역은 신경세포(뉴런)의 연결이 긴밀해지고, 쓰지 않는 영역은 사라지는 등 가소성(可塑性)이 매우 크다.
김대식(미네소타대학 신경과학)교수는 『생후 4~8주 고양이의 왼쪽 눈을 이틀동안 가려놓으면 왼쪽 시각을 담당하는 뉴런의 자리에 다른 뉴런들이 밀고들어와 평생 왼쪽 눈을 쓸 수 없게 된다』며 『뇌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구분이 없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뇌를 똑같이 모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해도 학습에 대한 비밀을 캐내는 노력은 계속된다. 스스로 배워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없다면 인공가정부, 인공비서등은 꿈일 뿐이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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