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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칼럼] 민원인 친절히 맞는 것은 멋진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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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칼럼] 민원인 친절히 맞는 것은 멋진 연극

입력
2000.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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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하게 모시겠습니다. 문화공보과 정경내입니다』 직장인 구청 사무실로 걸려온 전화를 받을 때 내가 처음 말하는 전화응대 문구다. 다른 대부분의 직원들은 『감사합니다. ○○과 ○○○입니다』라고 응대한다.예전에는 나도 다른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감사합니다』로 응대했었다. 그러나 최근 공무원을 포함한 모든 직장이 「친절」을 강조하는 분위기 속에서 나름대로 지금보다 민원인이나 다른 직원들에게 부드러운 인상을 주면서도 좋은 기분을 갖게 하는 문구는 없을까 고민했다. 은행 등 여러 기관의 최초 전화응대 문구를 나름대로 조사했다.

그중 「최고로 모시겠습니다」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등 여러 가지 문구를 두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선택한 문구가 바로 「친절하게 모시겠습니다」이다.

10여년 동안 사용했던 「감사합니다」를 일순간에 「친절하게…」로 바꾸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아무 생각없이 전화를 받다가는 어김없이 『감사합니다』가 입에서 나왔다. 그래서 전화벨이 울리면 머리 속에 「친절하게…」 문구를 자꾸 떠올리려고 애썼고 그 결과 지금은 새로운 응대 문구가 자연스럽게 됐다.

전화 응대 문구를 바꾸자 다른 직원들로부터 가벼운 놀림 내지 칭찬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이런 놀림이나 칭찬에 개의치 않는다. 셰익스피어는 「당신의 뜻대로」라는 희곡에서 『세계는 무대요, 모든 남녀는 배우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는 민원인은 고객이요, 하늘이라는 생각으로 극진하게 모셔야하는 공무원이다. 그래서 민원인을 응대하는 것을 한편의 좋은 연극을 멋지게 공연하는 연극배우에 비유한다. 좋은 연극은 좋은 극본에서 나온다고 보고 기존의 「감사합니다」라는 극본을 「친절하게 모시겠습니다」라고 바꾸어 정성스럽게 멋진 연극을 하는 것이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전화. 최근에는 전화를 불친절하게 받은 공무원이 퇴출 당하는 사례까지 있다.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매일 수십 통의 전화를 받아야 하는 연극배우들이다. 공직사회의 구성원들이 이왕이면 좋은 인상,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멋진 연극을 보여주는 연극배우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공무원의 전화응대는 최고 수준이라는 평을 받았으면 한다.

/정경내·부산진구청 문화공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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