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합이 안 맞는 것으로 유명한 증시와 검찰이 오랜만에 보조를 맞췄다. 원래 검찰을 싫어하는 증시는 검찰의 손이 뻗치면 「심심하면 주가관리한다」며 성토하고 매도한다. 공교롭게도 연초에 코스닥시장에서 재현됐다. 검찰이 수사를 공식화하자 시장은 연 3일 하락했다. 당황한 검찰이 시장분위기를 「배려」해「당분간」유보한다는 토를 달아 사실상 수사를 철회하자 하락세는 11일 멈췄다. 검찰은 일단 덤터기 쓸 분위기에서 발을 뺀 것으로 보인다. 폭락여파에 휘말린 시장에 찬물을 끼얹으면 원성만 커진다고 판단했을 법하다. 그런 검찰의 치고 빠지기에 등락한 코스닥시장은 검찰이 나서기까지 손을 놓은 금융당국을 먼저 탓하고 있다.코스닥의 시장관리는 세 단계를 거치는 게 보통이다. 증권업협회의 매매심리와 금융감독원의 조사에 이어 충격파가 큰 검찰은 마지막 해결사를 맡는 식이다. 이번에는 두 단계를 생략하고 검찰이 직접 나선만큼 금융당국은 물을 먹은 셈이다. 물론 선의의 투자자를 보호하고 불법을 수사하는 데 절차가 따로 있을 수는 없고, 또 기관간 세싸움도 투자가들에게는 관심밖의 일이다.
아직 갓난아기 수준인 코스닥시장의 파장은 클 수밖에 없었다. 문제점이 반복 지적되고 투자심리가 냉각되면서 검찰수사로 코스닥시장의 거품이 빠지는 게 아니라 시장 열기가 사라져 버리는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민의 정부 최대 업적은 벤처기업육성이고 이는 코스닥시장이 떠받치고 있다는 데 이론이 없다』며 『그렇지만 감독기관이 권한을 제대로 행사해야 「빈대 때문에 집태우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칼바람으로 외풍이 일기 전에 차단막을 치는 시장관리를 하라는 주문이다.
이태규 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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