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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통합방송법 제정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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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통합방송법 제정 그 이후

입력
2000.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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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던 통합방송법이 5년이란 세월을 끌어오다 지난달 28일 드디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입법을 위한 각종 위원회들이 수차례 구성되었고 여론수렴을 위한 전국 규모의 세미나, 토론회, 심포지엄이 자그마치 57회나 열렸으며 대통령특별자문기구까지 만들었으니 입법과정상 고비용의 기록을 세웠다고 볼 수 있다.본래는 지상파, 케이블TV 그리고 위성방송과 통신의 매체장르를 통합 관리, 조정한다는 의미에서 「통합」방송법이라 이름을 붙였으나, 민방과 공영방송, 국영방송 그리고 종교방송을 동시에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통합적이라고 볼 수 있다. 민방과 공영방송의 설치목적이 다르고 규제논리가 엄연히 다른데 하나의 통합방송위원회를 통해 방송들을 규율한다는 독특한 방송법이란 것이다.

공보처가 장악했던 방송정책권, 방송행정권을 방송위원회로 넘기고 독립된 방송위원회가 방송의 「사회적 통제」를 전담, 국가통제나 자본통제의 틀을 벗어난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방송체계를 확립한다는 것이 입법 골간이므로 통합방송법은 일단 개혁입법이다. 불공정 편파방송인에 대한 처벌조항 삭제,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방송의 제도적분리, 장애인의 방송접근강화,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 의무편성, 외주제작비율 상향조정, 방송발전기금 징수 등 방송의 공영성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 그 실례라 할만하다.

민주방송의 입법논리는 방송의 자유와 편성의 독립성을 법이 어떻게 제도적으로 보장해 주느냐 하는데 있다. 그러나 어느 당이 더 많은 방송위원수를 차지하고 누가 어떻게 방송에 더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에 골몰한 여·야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법안을 고치고 또 다시 뜯어 수정하기를 골백번 반복, 방송법이 누더기가 되었다는 혹평도 있다.

방송개혁입법의 미흡함과 일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15대 국회 막바지에 통합방송법이 통과됨으로써 국회가 직무유기를 면할 수 있었다. 몇 년째 수천억원의 적자경영 속에 신음하고 있는 케이블 방송업자들과 5년 이상 우주공간을 헛돌고 있는 무궁화호 위성 1,2,3호의 사용을 기다리고 있는 잠재적 위성방송사업자들에게는 이 방송법의 탄생이 방송사업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위성에 쏟아 부은 비용이 8,000억원이 넘고 그것은 국민의 혈세인데 통합방송법 제정 불발로 또 위성이 헛돌 뻔 했다는 것이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방송에 관한 입법권, 사법권 그리고 행정권까지 가지는 방송위원회가 독립성과 중립성을 제도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느냐, 편성의 자유와 프로그램 제작의 독립성이 법제적으로 보장되느냐에 있다. 이런 관점에서 이 법에서 방송위원회는 국가로부터 그리고 자본으로부터 제도상 독립성을 부여받고 있으나 법제상의 중립과 독립성이 방송현장에서 프로그램의 자율성을 담보하지 못해온 것이 현실이다. 법과 제도 따로, 방송현실 따로라는 파행적 방송독립성 훼손이 현장에서 권력과 자본에 의해 저질러져 왔다는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방송현장에서 방송독립성 정신이 구현되기 위해 편성과 제작행위의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법제적 장치가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공정방송과 객관적 보도를 보장하기보다 그것이 훼손되거나 깨질 경우 문제를 법제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 이것이 편성규약의 제정이고 이것을 제정하고 준수할 편성위원회의 구성이다. 방송법 시행령은 이것을 방송사 경영자와 편집자에게 의무화하는 조항을 민주적으로 규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방정배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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