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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 못판다" 전국 밀렵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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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 못판다" 전국 밀렵극성

입력
2000.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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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수렵관리협회 밀렵감시단 권오웅(權五雄·53) 영남본부장 등 8명은 지난해 12월 초 대구 서구 비산동 주택가에서 고라니 거래현장을 덮쳐 전 프로씨름선수 김모(40)씨 등 밀렵·유통조직 7명을 붙잡았다. 밀렵감시단은 현장에서 고라니 6마리를 압수하고 경북 고령군 다사면 한 폐가의 냉동고에 보관된 고라니 5마리를 발견해 환경관리청에 신고했다. 이들은 야생조수 이동통로에 올무나 덫을 놓거나 야간에 잠복해 강력한 서치라이트를 비춰 동물의 행동을 일시 둔화시킨 뒤 사냥개를 풀어 포획하는 수법으로 수백마리의 동물을 밀렵한 것으로 드러났다.11월에서 2월까지 수렵허가시즌을 맞아 전국 산하에 밀렵비상이 걸렸다. 특히 올무, 덫, 독극물 등 은폐 가능한 불법 엽구(獵具)의 대량 사용과 점조직화한 유통경로로 당국은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관상용 조류와 강장제용 포유류 등 한해 야생동물 밀거래량은 액수로 최소 3,000억원 이상. 꾸준한 수요의 증가로 야생조수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 두당 멧돼지 150만∼200만원, 고라니 20만원선이던 「시가」가 무시되고 요즘은 부르는 게 값이라는 전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밀렵은 「잡아만 놓으면 재고 걱정없는 괜찮은 장사」라는 것이 수렵계의 통설이 되었다. 밀렵감시단 권씨는 『전국 수십만명으로 추산되는 밀렵꾼들이 1인당 1,000∼2,000여개의 올무, 덫 등 엽구를 마구잡이로 운영해 우리나라 산야는 덫밭일 정도지만 깊은 산 속에 은밀히 숨겨진 엽구를 찾아 단속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총기는 소리가 커 꺼리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야생동물 유통망 또한 「마피아」처럼 운영돼 단속의 손길이 제대로 닿지 못하고 있다. 단골 수요자의 선주문을 받은 중간상이 전문밀렵꾼이나 조수서식지역 주민들에게 밀렵하청을 주고 「물건」이 확보되면 날짜와 장소를 정해 은밀하게 「몬도가네 파티」를 벌이는 등 첩보전을 방불케한다. 밀렵꾼이 직접 동물을 잡아 비밀리에 건강원 등 식당에 넘기는 수법은 고전취급을 받는다.

영산강 환경관리청 이학구(李學求)자연환경과장은 『첩보나 제보를 받고 수요자를 가장해 밀렵조직에 접근해보지만 요즘은 단골이 아니면 상대도 안하려해 단속에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놨다. 야생동물밀거래조사단장 장문준(張文準)씨는 『현재는 주로 민간단체가 자발적으로 단속에 나서는 상황이지만 환경부 등 유관부서가 전담부서를 설치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밀렵방지에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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