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주(growth stock)냐 가치주(value stock)냐.대폭락으로 기록되는 5일을 고비로 거래소에서 한국통신 SK텔레콤 데이콤 등 정보통신주가 급락하고 새롬기술 다음커뮤니케이션 등의 벤처기업들이 포진한 코스닥도 동반 폭락하면서 「트렌드 변화」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최근들어 미국 증시에서도 나스닥의 폭락이 이어지고 광업주 전력회사 금융주 등 전통산업으로 매기가 집중되면서 패션의 변화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과연 성장주는 가치주에 밀려 대세가 역전될 것인가.
■성장주 퇴진의 대두 배경
성장주와 가치주의 다툼은 맨처음 월스트리트에서 나온 개념. 경기에도 사이클이 있듯이 성장주는 주로 경기회복 국면에서 득세하고 가치주는 불황을 예고하는 단계에서 평가받는 식으로 순환한다는 것이 일반적 의견이다. 경기호전 시에는 유동성이 풀리면서 위험이 큰 벤처기업에도 자금이 몰리지만 경기가 악화하면 안전성 문제로 투자패턴은 보수적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증권연구원 오창석박사는 『실제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고 경기가 위축될 경우 투자분석가과 글로벌펀드 운영자들은 가치주 편입비중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며 『세계증시의 동조화현상을 감안할 때 이같은 변화는 국내증시에도 급속도로 반영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보통신주를 비롯한 성장주가 지난 한해동안 국내외를 막론하고 과도하게 급등했던 것도 퇴진배경으로 꼽힌다. 안정된 금리와 새천년에 대한 기대감으로 각종 첨단산업에 대한 장미빛 전망이 나오면서 성장주가 실적에 관계없이 상승세를 탈 수 있었다는 것. 한진증권은 최근 「2000년주식시장 성장주와 가치주의 전쟁」이라는 보고서에서 1월말을 전후로 성장주의 거품이 사라지고 전통적인 가치주가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결산발표를 앞두고 2월초부터 도래할 실적장세도 가치주의 부각을 점치게 하는 요인.
최근 일부 증권사들은 추천종목 대상에서 인터넷정보통신을 제외하고 업종대표주 등 가치주를 올리고 있다. 미국에서도 이같은 논의가 확산되면서 에드워드존슨 증권의 앨런 스크라인카 수석전략가는 『주식시장에 상식이 회복되고 있다』며 『성장주와 가치주의 큰 격차가 좁혀지기 시작했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성장주 지속 의견
그러나 산업전반의 패러다임이 인터넷·정보통신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성장주의 퇴진은 섣부르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최근 인터넷과 정보통신의 발전은 단순 데이터 전송에 그치지 않고 금융이나 유통 등과 결합, 신산업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려대 경영학과 장하성 교수는 『증시에서는 과4거 실적이 아닌 미래 전망이 투자의 최대 지표가 되는 만큼 「실적이 좋은데 반영이 안됐다」는 식으로 가치주의 반등을 예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말했다. 또 최근의 가치주 반등추세는 정보통신주의 급락에 따른 반사이익일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대유리젠트 증권 김경신이사는 『아직까지는 급등락장세의 혼돈이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치주가 패턴으로 자리잡았다고 보기에는 이르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래가치를 담보하고 있는 코스닥시장의 벤처기업들은 누구도 현재의 잣대로는 개발중이거나 연구중인 신기술과 기업의 성장성을 판단할 수 없다는 주장이 강하다. 실례로 90년대초 제2이동통신 사업자로 지정된 SK텔레콤이 3만원대를 맴돌 때 누구도 500만원의 황제주는 꿈꾸지 못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성장주 가운데서도 옥석을 고를 수 있는 안목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한다. 모건스탠리 증권 이승훈이사는 『정보통신주 가운데 실제 수익이 나고있는 통신장비와 반도체 등으로 타겟을 슬림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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