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을 치는 사람은 골프를, 90을 치는 사람은 가정을, 80을 치는 사람은 비즈니스를 소홀히 한다. 70을 치는 사람은 모든 것을 소홀히 한다』골프에 빠진 사람을 빈정대는 투의 이 격언 속엔 회사일이나 가정, 심지어 자기 자신까지 희생할 정도로 노력과 시간을 쏟지 않고는 골프를 제대로 즐길 수 없다는 역설이 함께 담겨 있다.
뉴욕 타임스의 자매지인 골프 다이제스트지는 1998년 6월호에서 미국내 유명기업 최고경영인에 대한 흥미있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3년간의 주식거래실적과 최고경영인의 골프핸디캡을 분석했는데, 경영실적이 좋은 ▲상위권 기업(25%) 경영인의 평균핸디캡은 12.4 ▲중위권기업(50%) 경영인의 핸디캡은 14.6 ▲하위권기업(25%) 경영인의 핸디캡은 17.2로 각각 나타났다.
이 조사결과를 토대로 골프 다이제스트지는 『골프를 잘 하는 사람이 경영도 잘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실제로 제너럴 일렉트릭사의 회장이자 당대 최고경영인으로 인정받고 있는 잭 웰치의 핸디캡은 3.8, 선 마이크로시스템사의 스콧 맥닐리 회장의 핸디캡은 3.2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구력(7년)이 짧은 탓인지 핸디캡이 20에 이르지만 골프를 좋아해 결혼식을 하와이의 한 골프코스에서 올렸을 정도다. 인터넷황제로 부상하고 있는 손정의씨는 19세때 인생을 설계하면서 60세가 되면 은퇴해서 골프를 즐길 것을 계획할 만큼 일찌감치 골프의 진수를 깨달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고경영자 치고 골프를 못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골프를 잘 하기 때문에 최고경영자에 올랐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골프를 일하듯, 일을 골프하듯」하면 성공하지 못할 까닭이 없다는 것이 이들의 지론이다.
김우중회장을 아끼는 재계인사들은 『만약 김우중회장이 골프를 했다면 대우그룹이 오늘날과 같이 되었을까』하는 가정을 해보곤 한다. 김회장이 5대그룹 총수중 유일하게 골프를 하지 않은 총수이며, 5대 그룹중 유일하게 퇴출당한 그룹이 대우그룹인 것은 우연일까.
골프는 인생 그 자체보다 더 인생다운 것이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상황과 맞닥뜨리면서 게임을 펼쳐야 하는 골프는 인간에게 자만과 겸손의 의미, 위기에서 취해야 할 행동, 상대방에게 배우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태도, 좌절과 분노에서 헤어나는 지혜 등 인생의 모든 것을 가르친다. 김회장이 골프와 조우하지 못한 것은 그래서 불행이다.
방민준 편집국부국장 mjbang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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