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들이 12일 「2000년 총선시민연대」를 발족하는등 전례없이 대대적인 「유권자 심판운동」을 구체화하고 있다. 특히 총선시민연대가 시민단체의 선거활동을 금지하고 있는 선거법 87조의 위헌성을 주장하며 개폐 운동 및 「위법을 불사한 낙선운동」등 적극적인 선거개입을 천명하고 나서 정치권 및 선관위와의 마찰 등 파란도 예상된다.총선시민연대 준비위는 9일 『공동사무국을 맡은 참여연대와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등 11일까지 100여개 단체가 참여할 예정이며 12일 연대출범후에도 지속적인 참여가 이뤄질 것』이라며 『「낙선운동」과 「공천감시운동」을 중심으로 유권자 심판운동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총선시민연대는 출범과 동시에 「공천 가이드라인」을 발표, 여야에 전달할 예정이며 20일께 「공천반대 인사 리스트」를 공개할 계획이다. 또 선거법 87조의 개폐를 강력히 요구하고 정치권의 전향적인 노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될 경우 지역별 유권자 평가대회와 버스투어 등을 통해 적극적인 낙선운동을 펼치게 된다.
참여연대 양세진(楊世鎭·34)시민감시부장은 『100여명의 사회각계 인사로 「시민공천위원회」를 구성, 공정하고 객관적인 공천기준 및 공천자리스트를 작성하고 있다』며 『아울러 이번 주중 각당 사무총장을 만나 선거법 87조의 개폐 및 투명한 공천 등 정치권의 자정노력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총선시민연대의 갈길은 여전히 험난해 보인다. 이미 한나라당이 공정성과 적법성을 이유로 들어 연대 활동을 「정치적 테러」로까지 규정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히 공천자리스트 공개 및 낙선운동이 전개되면 명예훼손을 비롯한 각종 소송 및 공정성 논란에 따른 정치권과의 첨예한 갈등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선관위도 「공천감시운동」에 대해선 긍정적이지만 「낙선운동」엔 머리를 내젓고 있으며 검찰은 위법성 여부에 대한 법률검토에 착수했다. 또 연대 자체가 워낙 방대해 공천기준 설정 및 사업추진 강도, 방향을 놓고 내부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도 적지않다. 이미 경실련 등 일부 시민단체는 「불법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불참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연대활동이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여론의 호응을 얻을 경우 총선에 메가톤급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시민의 정치적 냉소주의를 극복하고 선진선거문화 정착의 획기적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주훈기자
june@hk.co.kr
■[시민단체 낙선운동] 선관위 "명백한 불법행위"
선거관리위원회는 시민단체가 특정정당이나 후보의 낙선·지지운동을 펴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현행 선거법 87조는 선거운동기간에는 어떤 명목으로든 단체 이름으로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있다. 다만 98년 법개정을 통해 노조의 경우는 예외적으로 가능하도록 허용됐다.
선관위 관계자는 9일 『몇년전부터 시민단체 등에서 저질·부패정치인을 추방하고 올바른 주권행사를 할 수 있도록 낙선·지지운동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면서 『그러나 현행 선거법을 고치지 않는 이상 정당명이나 입후보자의 이름을 거명하는 방식의 지지·낙선운동은 불법』이라고 밝혔다. 박기수(朴基洙)선거관리실장은 『시민단체가 예를 들어 「깨끗한 후보 선택기준」 등을 제시하는 것은 선거풍토 개선을 위해서도 권장할 만한 사안』이라며 『같은 취지에서 시민단체가 추진하는 후보자간 정책토론회 등은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선관위는 그러나 시민단체들이 실정법 위반여부에 관계없이 이번 총선에서 명단공개등을 통한 낙선·지지운동을 강행할 것으로 보고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선관위의 한 간부는 『공명선거분위기 정착을 위해서도 시민단체는 선관위의 중요한 파트너』라면서 『자칫 엄격한 법적용이 시민운동에 대한 간섭으로 비쳐질 수도 있어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이에 따라 선관위는 우선 시민단체대표들을 만나 선거법상 허용되는 방식을 설명하고 낙선운동 계획을 캠페인 형식의 공명선거운동으로 유도할 방침이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시민단체 낙선운동] 정치권 "지나친 정치개입"
정치권에서는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에 대해 『「참정권」차원을 넘어선 지나친 정치개입』이라며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야당을 겨냥한 「표적 낙선운동」이라며 공식적인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나라당 이사철(李思哲)대변인은 8일 논평을 내고 『후보 개개인에 대한 평가는 유권자들이 표로 심판하면 된다』며 『시민단체들의 행위는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며 보이지 않는 정치테러』라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한나라당은 특히 시민단체들이 낙선운동의 대상자로 주로 자당 의원들을 지목한 한 데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대변인은 『낙선운동 대상자로 우리당 의원들을 주로 지목한 것은 배경을 미루어 볼 때 짐작할 만한 일』이라며 『이러한 움직임을 방치해온 검찰의 태도 역시 의도적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회의도 꺼림칙해 하기는 마찬가지다. 임채정(林采正)정책위의장은 『현실정치에 대한 시민단체의 영향력 확대 자체는 대세이고 나쁘지 않다』며 『그러나 현행법상 엄격히 금지된 사안을 강행하겠다는 것은 자칫 시민단체의 비뚤어진 권력행사로 오해받을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의원도 낙선운동 대상자 선정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특히 공천이 이뤄지는 미묘한 시기에 공천반대 명단을 공개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반면 지난해 국정감사 등에서 시민단체로부터 우수한 의정활동을 펼친 것으로 평가받은 김홍신(金洪信)의원 등은 『당연한 주권행사』라며 찬성하고 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시민단체 낙선운동] 노동단체 "자체후보 내겠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노동단체들이 새해초부터 「노동계의 정치세력화」에 불을 당겼다.
한국노총은 내달 29일까지 100만 조합원 선거인명부를 작성하고 총선후보 평가 및 선출기준을 마련하는 한편 1월말까지 총선 제휴정당을 선택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5일부터 9일간 조합원 여론조사를 실시, 정당 및 후보자 선호도와 노총의 총선방침에 관한 지지도, 총선후보들에 대한 의견 등을 파악중이다.
현기환(玄伎煥)대외협력본부장은 9일 『기존 정당과의 제휴를 통해 개혁성과 전문성, 경쟁력을 갖춘 자체 후보를 서울, 경기, 충청권에서 10여명 가량 낼 계획』이라며 『노동계 후보 지원과 독자정당 형성을 위해 조합원 1인당 1,000원 모금운동을 전개, 총선 전에 10억원을 우선 모금키로 했다』고 말했다.
또 친노동계 여부와 개혁성, 청렴도, 당선가능성, 제휴정당 등 5개 항목을 기준으로 총선후보를 평가, 당선 및 낙선운동을 전개키로 했다.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과 제휴를 통해 당선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자체 후보를 추천하고 시민단체와 연대해 반개혁 후보 낙선운동도 벌여 나가기로 했다. 손낙구(孫落龜) 교육선전실장은 『일단 부산과 울산에서 3-4명의 후보를 내고 정당명부식 비례대표를 겨냥, 노동자 밀집지역에서 추가공천도 검토중』이라며 『비리주범이나 지역주의 및 재벌주의 정치인에 대한 대대적인 낙선운동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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