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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을 넘어서도 고전은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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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을 넘어서도 고전은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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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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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은 영원히 새롭게 태어난다. 새 천년이 열리고 새로운 21세기가 시작된 2000년 벽두에 우리 문학독자들을 찾아온 이들은 20세기에 고전을 만든 사람들이다. 지난해 1999년은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의 탄생 100주년, 올해는 생텍쥐페리(1900-1944)가 태어난 지 꼭 100년이 되는 해다. 이에 맞춰 헤밍웨이의 마지막 유작 「여명의 진실」(권택영 역·문학사상사 발행)과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전성자 역·문예출판사 발행) 개역판이 각각 나왔다. 세기를 넘어서도, 천년을 넘어서도 수치상의 시간과는 상관없이 인간정신의 가교가 될 작품들이다.『아프리카에서는 동틀녘에 진실이었던 것이 정오에는 거짓이 된다』 신기루처럼 변하는 아프리카의 소금평원과 호수를 묘사한 이 서문으로 시작하는「여명의 진실」(원제 「True at First Sight」)은 지난해 7월 헤밍웨이 탄생 100주년에 그의 아들 패트릭에 의해서 정리된 헤밍웨이의 마지막 미발표 유작. 1953~1954년 두번째 아프리카 사파리 여행을 떠났던 헤밍웨이가 케냐 현지에서 집필했다가 귀국길에 비행기사고를 당하는 통에 미완성된 작품이다. 픽션이지만 그의 실제 아프리카 체험이 짙게 녹아있는 회고록의 성격이 강하다.

주인공은 바로 헤밍웨이 자신이다. 사파리 도중 화자인 주인공은 수렵감시관 직무를 맡게 된다. 마을에 피해를 입힌 코끼리떼를 조사하고, 테러리스트들인 마우마우들의 위협에 대처해야 하며, 원주민마을을 습격한 검은 갈기의 사자를 잡아야 한다.

헤밍웨이는 마치 일기를 쓰듯 한 이런 줄거리에 아프리카 처녀와의 사랑, 흑인과의 진정한 우애를 그리며 광활한 야생공간과 숨막히는 사냥장면, 폭력에 대한 치밀한 묘사, 죽음과 대면하는 심리의 표출 등으로 그의 상표인 하드보일드 소설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전쟁에 자원해서 「무기여 잘 있거라」, 스페인내전에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썼고, 노년에는 「노인과 바다」에서 결코 패배하지 않는 인간정신을 그렸던 헤밍웨이의 생체험이 이 작품에서도 남김없는 「생의 진리」를 드러낸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개역판은 73년 불문학자·문학평론가였던 고 김현의 초역이 나온 이후, 82년 전성자 성신여대 교수의 신역판에 이어 전교수가 세번째로 개역한 컬러판본이다.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단다.

오로지 마음으로만 보아야 잘 보인다는 거야』 『내 장미꽃 한 송이가 내게는 수천 수만의 장미꽃보다 더 소중해. 내가 그에게 물을 주었기 때문이지. 내가 바람막이로 보호해주고 벌레를 잡아준 것도 그 꽃이기 때문이지… 내가 내 장미꽃을 위해 소비한 시간 때문이란다』 비단 이뿐 아니라 모든 구절구절, 그리고 생텍쥐페리가 직접 그린 그림까지 책 자체가 향기처럼 세계 모든 독자들의 가슴에 스며드는 고전이다. 법정 스님은 자신에게 「어린 왕자」는 단순한 책이 아니라 하나의 경전과도 같으며 누가 자신에게 한두권의 책을 선택하라면 「화엄경」과 함께 이 책을 고르겠다고 했다.

작품은 전혀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헤밍웨이와 생텍쥐페리에게는 커다란 공통점이 있다. 둘 다 「행동」하는 작가들이었다는 것이다. 미국적인 비극의 블루스 정신을 가장 잘 표현했다는 헤밍웨이는 평생 삶의 치열성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현장에 직접 뛰어들며 살다가 1961년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생텍쥐페리는 하늘에서 지상을 굽어보는 자리에 있는 전시 조종사로 44세의 나이에 출격을 나가 남불 해안에서 실종됐다. 격동의 20세기를 헤쳐가야 했던 이들의 삶은 이제 「글」로 남아 새 시대의 여명을 밝히고 있는것이다.

것이다.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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