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이인제(李仁濟)당무위원이 여권 신당 「새 천년 민주당」(가칭)의 선대위원장직을 맡기로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민주당의 지도체제가 분명한 가닥을 잡았다. 그동안 이위원의 역할을 놓고 여권 내부에 설왕설래가 있었으나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제안과 이위원의 수락으로 선대위원장 자리가 임자를 찾게 된 것이다. 때문에 이제는 민주당 지도체제의 다른 한 축인 대표에 누가 기용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위원이 대표가 아닌 선대위원장을 맡게 됐다는 것은 무엇보다 대표와 선대위원장이 총선에서 역할 분담을 하는 이원적 체제를 민주당이 선택했음을 의미한다.김대통령과 민주당이 이위원을 선대위원장 적임자로 생각한 것은 무엇보다 지난 대선때 보여준 이위원의 득표력을 감안한 결과로 봐야 한다. 이위원은 최근에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며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에 버금가는 인기도를 기록했다. 또 충청출신이면서 경기지사를 지낸 이위원이 수도권및 충청권을 아우르면서 전국적인 선거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게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때문에 여권 핵심부는 일찌감치 이위원이 선대위에서 일해 주기를 희망하는 분위기였다. 이위원의 측근쪽에서 강력하게 제기됐던 대표 요구설등에 대해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차기 대권주자중 한 사람인 이위원이 대표가 되면 통치권 조기 누수 가능성이 있다』며 『또한 이위원의 당무 장악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해 처음부터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었다. 여권내의 이같은 분위기에 대해 이위원 본인이 강경 측근들의 입장을 뿌리치고 선대위원장직을 수락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이위원 캠프 내부에 갈등요인이 발생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위원측 강경론자들 사이에선 한때 『선거 결과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선대위원장직은 받기가 곤란하다』는 주장이 대세였다.
변수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대표에 누가 기용될 지는 아직 예단키 어렵다. 이와관련 이위원과 함께 대표 후보로 거론되던 이수성(李壽成)민주평통수석부의장이 10일부터 5일간 예정돼 있던 베트남 방문을 9일 돌연 무기 연기, 민주당행(行)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그러나 이부의장 자신은 이같은 시각을 강하게 부인했다. 이부의장은 9일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베트남 방문은 서로 일정이 맞지 않아 연기하게 됐을 뿐』이라며 『현재로선 민주당 참여 의사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권 주변에선 「이수성 카드」는 아직 꺼지지 않은 불씨라는 것이 중론이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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