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명예총재인 김종필(金鍾泌)총리와 박태준(朴泰俊)총재는 9일 오전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총리직 인수인계를 위한 회동을 가졌다. 두 사람은 이날 박총재가 차기 총리에 내정됐음을 처음으로 공개 확인했다. 김총리는 박총재를 「새 총리」라고 불렀고, 박총재는 「김총리 대타로 들어간다』고 말했다.두 사람은 1시간 가량의 회동에서 행정업무를 인수·인계 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당직 문제까지 정리했다. 조율 결과 박총재는 당의 최고고문직을 맡기로 했다. 회동을 끝낸 두 사람은 매우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또 개각 인선의 큰 방향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 이번에는 자민련의 지분을 요구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회동을 시작하며 김총리는 박총재에게 『총리가 되면 고생이 많을텐데 자주 참아야 한다』며 『총재 자리는 이말저말 할 수 있지만 총리는 책임있는 직책이므로 그저 묵묵히 대통령을 보좌해야 한다』고 훈수했다. 두 사람은 『총리가 바뀌더라도 두 여당의 공조관계는 끝까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으며 근대화 동지인 자신들의 협력 관계도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회동을 끝낸 뒤 기자들과 가진 일문일답 요지.
_어떤 대화를 나눴나.
김총리 아직 취임은 안했지만 새 총리를 맡을 분과 의견 교환을 했다. 근대화 초기부터 오늘까지 단 둘이 남았는데 살아있는 동안 굳건히 협력하기로 했다. 박총재에게 총리를 맡기게 됐는데 별다르게 인수인계할 것은 없다. 박총재가 국정 내용을 잘 알기 때문이다. 공동정권을 만든 한 축인 자민련이 총리를 모시게 됐는데 끝까지 공조해서 유종의 미를 거둘 것이다.
박총재 총리가 잘 하셔서 경제분야에서 성과를 거두고 (국민회의와) 공조를 잘 해왔다고 느낀다. 내가 대타로 들어가는데 어떻게 해 왔는지 물었다. 김총리가 해온대로 총리를 할 생각이다. 총리 말씀대로 끝까지 공조한다는 정신에 변함이 없다. 해나가는 일은 똑같고 수단방법이 조금 달라질 뿐이다. 행정적으로 뒷받침할 경우에는 하나 하나 챙기는 일도 있을 것이다.
_박총재는 당에서 무슨 자리를 맡게 되나.
김총리 박총재가 총리로 가면 최고고문으로 모시기로 했다. 최고고문은 명예총재, 총재와 상하 차이가 없다.
_총재직 후임문제는.
김총리 당헌에는 총재 궐위시 부총재중 최고령자가 권한대행을 하도록 돼있으므로 총재가 수석부총재를 임명하면 수석부총재가 대행이 된다. 박총재가 총재로 계시는 동안 조치를 취할 것이다.
_개각 인선은 어떻게 되나.
박총재 너무 이르다. 얘기할 입장이 아니다.
_경제관련 각료들이 대폭 교체된다는 얘기도 있는데.
박총재 상당히는 안 바뀐다. (웃으며) 지금의 장관들이 그만둔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
_박총재가 총리가 되면 경재분야에 초점을 맞춰 일할 생각인가.
박총재 그런 포인트는 없다. 헌법에 규정된대로 열심히 일할 생각이다.
_대선합의문에는 국민회의·자민련이 각료를 균등배분하도록 규정돼 있는데.
김총리 그런 약속은 살아있다. 하지만 자민련에서 의미있는 사람들이 총선 출마에 골몰하고 있으므로 그런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약속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김광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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