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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와 사람들] 은평구'노인지킴이' 박영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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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와 사람들] 은평구'노인지킴이' 박영숙씨

입력
2000.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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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구 보건소 의약과 소속 간호주사보 박영숙(朴英淑·39·사진)씨는 서울 은평구의 저소득층 노인들의 건강은 물론 살림살이까지 책임지는 「노인 지킴이」로 사랑받고 있다.간호사 출신인 그는 95년 의약과 보건팀으로 자리를 옮긴 후 국내 보건소에서는 처음으로 거동이 불편하거나 생활이 어려운 노인, 장애나 무의탁·독거 노인들을 위한 방문보건 및 가정도우미사업을 시작했다.

『질환 정도가 심한 데도 병원이나 보건소를 찾지않는 노인 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들을 위해 방문보건 일정을 계획하게 된 것이죠』

박씨는 95년 부임하자마자 의사 1명과 간호사 3명으로 방문의료팀을 구성, 20개 동(洞)의 의료대상 노인 200여명에 대한 진료활동을 벌였다. 그러나 의료진 수가 절대부족, 체계적인 관리가 매우 어려웠다. 상황이 이렇자 박씨는 96년 가정도우미 제도를 생각해 냈다. 보건소가 유급으로 뽑은 도우미가 의료보호대상자에 대한 간병과 가사를 돕고 건강이상유무도 체크하게 한 것이다.

『가정도우미는 노인 간병은 물론 식사, 빨래, 세면 등을 해주고 외로운 노인들의 말벗 역할까지 하고 있습니다. 22∼25명의 도우미가 1명당 7∼8가정을 돌아가며 궂은 일을 도맡아 하고 있지요』

박씨는 방문보건팀에 합류해 직접 투약은 물론, 도우미 역할도 병행한다. 또 노인들의 가정에 거의 매일 안부전화를 걸고, 수시로 찾아가 노인들의 건강상태와 도우미의 활동 등을 체크한다.

『한 도우미가 근 1년동안 장애인 할머니에게 고무장갑을 낀채 세면을 시키는등 건성으로 일한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런데도 남편인 할아버지는 그나마도 끊길까봐 쉬쉬하고 감췄어요. 보다 못한 이웃이 알려줘 당장 그 도우미를 해고했습니다. 도우미는 봉사정신이 정말 필요합니다』

방문·도우미 보건사업을 시작한 지 만 4년. 이제 관내 노인들중에 박씨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딸처럼, 또 노후를 책임져주는 보호자로 박씨를 대해준다. 어떤 할아버지는 안부전화를 거는 박씨에게 늘 『애인 전화가 왔구만』이라며 농담을 건넨다. 흰색 가운은 벗었지만 「백의의 천사」로 살아가는 박씨가 있어서 은평구 노인들의 겨울은 늘 따뜻해 보였다.

박씨의 활동이 알려지자 서울시는 최근 박씨에게 새서울봉사상을 수여했다. 수상소감에서 그는 『상받을 만한 일을 한 게 아닌데…』라며 겸손해 했다.

강원 원주에서 고교를 나온 후 서울에서 간호대학을 마친 박씨는 국립의료원, 시립정신병원 등에서 간호사로 근무한 바 있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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