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란재발을 막으려면 외환보유액은 얼마나 쌓아야 하나. 또 쌓아둔 외환보유액은 어떻게 운용해야 하나. 외환보유액이 늘어나면서 적정규모와 운용방식에 대한 논란이 본격화하고 있다.▦논란 1. 적정 외환보유액은 지난해말 외환보유액은 740억달러.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주장과 더 쌓아야한다는 입장이 맞서 있다.
금융연구원의 이장영(李長榮)연구위원은 「기도티(Gidotty·아르헨티나 재무장관)모델」을 원용, 『외환보유액은 일시에 단기외채 상환요구를 받고, 외국인주식자금의 3분의 1 정도가 집단이탈하는 상황에서 석달치 수입을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며 『현 경제규모로 볼 때 750억달러가 적정액』라고 주장했다. 단기외채(350억달러)와 외국인주식자금의 3분의 1(200억달러) 석달치 수입액(300억달러)을 더한 뒤 수입액과 단기외채에 중복되는 무역신용(100억달러)을 공제하면 적정 보유액은 750억달러란 것이다.
그러나 1,000억달러는 넘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환란경험국가로서 언제 올지 모를 투기적 공격에 대비하려면 당장 쓰지는 않더라도 방어용 실탄(외환보유액)만큼은 넉넉히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윤대(魚允大) 국제금융센터소장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절대액으론 세계 8위이나 국내총생산(GDP)·외채·수입액 등을 감안하면 20~30위권에 불과하다』며 『경제규모에 걸맞게 세계 10위의 보유액을 확보하려면 1,078억달러는 되어야 하며 15위권을 유지한다 해도 875억달러는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논란 2. 쌓아둘 것인가, 굴릴 것인가 외환보유액이 늘어날수록 지금처럼 「보유」만으론 곤란하며 어떤 형태로든 「운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외환보유액은 안전성과 유동성(즉시 현금화)만을 우선시해 대부분 미국국채(TB)에 투자되고 있으나 수익률이 너무 낮아 「기회비용」이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적정 보유액까지는 종전처럼 안전·유동성 위주로 적립하되, 그 이상은 수익성을 가미한 포트폴리오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주목받는 모델은 싱가포르 국영펀드인 GIC(Government of Singapore Investment Corporation). 싱가포르의 공식 외환보유액은 800억달러이나 이와 별도로 1,000억달러 규모의 GIC펀드를 구성해 주식 채권 개발사업 등에 투자하고 있다. 외환보유액을 「두 주머니」로 나눠 1선 자금(공식 외환보유액)은 안전·유동성 위주로 적립하고, 2선 자금(GIC펀드)은 수익자산에 투자함으로써 돈을 계속 불리고 있는 것이다.
외환보유액 1,000억달러 시대에 대비, 우리나라도 GIC모델 도입을 검토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중단없이 계속 늘려나가되 적정액을 초과하는 달러는 주식 민간채권 등 고수익자산에 투자하거나 세계 유명 투자은행에 운용을 「아웃소싱」해 수익을 늘리자는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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