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와 원화가치, 채권값이 약속이나 한듯 함께 곤두박질친 금융시장의 「트리플 약세」국면은 언제, 어디까지 갈 것인가.5일부터 금융시장을 강타했던 주가폭락, 원화가치급락(환율상승), 채권값하락(회사채금리상승) 현상은 7일 다소 소강양상을 보였지만 여전히 동반 약세기조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트리플 약세」는 내주부터 점차 해소되겠지만 그렇다고 작년말 처럼 「트리플 강세」로 돌아서기는 어려우며 주가와 원화가치는 강세, 채권값은 약세의 「2강 1약」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변칙의 게임
가장 전형적인 「트리플 약세」는 경기·물가불안, 경상수지적자심화 등 경제의 기초(펀더멘털)가 흔들림에 따라 금리가 뛰고 주가가 빠지면서 외국인자금이 이탈할 경우 발생한다. 98년 외환위기 직후가 그 대표적 경우.
하지만 지금 국내 금융시장의 트리플 약세는 이런 전형에서 다소 거리가 있다. 10%대 성장, 1%미만 물가, 100억달러가 넘는 경상수지흑자 기조 등 실물경제 여건으로만 본다면 도저히 발생할 수 없는 「변칙현상」이다.
근본원인이 미국주가폭락으로 야기된 전 세계적인 「약세화 물결」에 있었던 만큼 해외변수만 안정되면 국내시장도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동일 충격에도 다른 나라보다 훨씬 국내 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시장체질이 매우 허약하며 강세기조하에서도 언제 폭발할지 모를 불안심리가 항상 저변에 흐르고 있었다는 의미한다.
▦주가·환율과 금리의 분리
주가는 언젠가는 거쳐야할 「조정」을 외부요인에 의해 겪고 있으며 저변이 여전히 탄탄한 만큼 반등은 시간문제라는게 일반적 관측. 다만 정보통신주의 신화가 깨진 이상 연말같은 폭등장세는 기대하기 어렵고 옥석(玉石)구분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환율은 하락(원화강세)이 대세다. 한 외환딜러는 『시장수급으로 보면 환율은 절대로 오를 이유가 없다. 경상·자본 쌍동이흑자가 지속되는 만큼 곧 떨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외환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외국인주식자금이 들어오느냐, 빠지느냐가 관건』이라며 『주가와 원화가치는 결국 동반강세나 동반약세로 움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달러당 102엔대의 엔·달러환율이 105엔대로 후퇴하는등 달러강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이 경우 한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에 몰려왔던 국제자본이 달러쪽으로 역류하면 국내주가와 원화가치도 약세전환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금리는 다르다. 겉으로는 「트리플 약세」로 주가·환율과 묶여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은 다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회사채금리가 그동안 연 9.95%에 묶여 있었지만 이는 고시금리일 뿐 실제거래는 10.5%선에서 움직였다』며 『따라서 현재의 회사채 금리상승은 엄밀히 말해 금리상승이 아니라 고시금리의 현실화·정상화인 셈이다』고 말했다. 10%가 넘은 성장률에 비춰볼 때, 「2월 대란」(내달 8일 대우채 95% 환매)변수가 여전히 남아 있어 주가 환율이 회복되더라도 회사채가격은 약세(금리상승)을 면키 어렵다는게 일반적 지적이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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