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학습용으로 쓸 프로그램이나 CD롬은 파격적으로 싸게 좀 해주면 안될까요』 교사 교감 교장들로부터 흔히 듣는 얘기다.정부는 올해 교육정보화를 위해 책정한 예산 3,100억원 외에 2,576억원을 지난 6일 추가로 확보했다. 이 돈은 모두 정보화촉진기금과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려 쓴 뒤 내년에 갚는 방식으로 마련했다. GDP의 23%나 되는 채무(107조2,000억원)에 시달리는 정부의 교육정보화에 대한 고심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서 안타까운 것은 우리 사회가 모든 문제를 정부(세금)에 의존해 해결하려 한다는 점이다. 교육정보화와 관련해서는 특히 기업들에 대해 아쉬운 점이 많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는 고객이 학생이면 소프트웨어를 「아카데미 버전(학교용)」으로 아주 싼값에 판 지 오래다. 어려서부터 자사 제품에 맛들이도록 하는 판촉전략의 일환이지만 전략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멋진 이벤트다.
우리 기업들도 좀 이러면 안될까. 삼보든 세진이든 삼성이든 현대든 어디라도 좋다. 컴퓨터 없는 달동네 학교 몇 곳만이라도 환상적인 컴퓨터실습실을 꾸며줘보면 안될까. 그리고 나서 『우리는 어린이와 미래를 생각하는 기업입니다』라고 홍보하면 수억원씩 들여 여배우 내보내는 광고보다 나을텐데…. 소프트웨어 업체도, CD롬 제작사도, 학교에는 파격적인 저가로 제품을 공급하면 어떨까. 4∼5년전 한두 대기업이 그렇게 했지만 홍보효과를 별로 못봤다고 하고 지금은 IMF로 그럴 형편이 아니라는 것도 안다. 그래도 아무리 그렇다 해도 미래의 고객, 앞으로 우리 사회를 짊어지고 가는 대들보와 서까래가 될 어린 학생들을 위해 조금만이라도 그렇게 해보면 안될까.
이광일기자
ki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