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지시기」(ADI:Attitude Direction Indicator)의 이상이 대한항공기 런던 공항 추락사고의 결정적 요인인가. 영국 항공사고조사기구(AAIB)는 7일 새벽 중간발표를 통해 『블랙박스 판독결과 사고기가 비행도중 ADI에 이상이 발생했고 경유지인 타슈켄트에서도 이미 한차례 이상이 있었다』고 밝혀 ADI문제가 사고원인의 핵심임을 시사했다.기장석과 부기장석에 각각 한 개가 설치되는 ADI는 비행기의 전후좌우 수평상태를 가늠하는 계기. 두개의 ADI사이에 경사 4도이상의 차이가 날 경우 경보음이 울리게 돼 있다.
ADI의 이상을 알리는 경보음은 어떤 의미일까. 우선 ADI자체의 고장 가능성이다. 타슈켄트에서 이미 한차례 경보음이 있었고 런던 스텐스테드공항에서 영국측 정비사가 ADI의 부품을 교환했다는 사실로 미루어볼 때 개연성이 있는 추론이다.
항공기의 상하 좌우 진행각의 변화량을 감지해 ADI에 입력하는 역할을 하는 3개의 관성항법장치(INS) 결함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이경우 영국측 정비회사의 정비소홀과 대한항공측 조종사의 조종미숙이 사고원인으로 꼽히게 된다. 정비회사는 이미 한차례 발견됐던 ADI의 이상을 바로잡지 못했다는, 조종사는 기기이상 경보에 올바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사고기 조종사들이 타슈켄트에서 영국으로 비행기를 몰았던 조종사들과 직접 만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두고 『인수인계가 미흡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하지만 조종사들은 스케줄상 악수교대를 하지 않는 것이 관행으로 알려졌다.
기체가 모종의 결함으로 기울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륙직전 정비가 마무리됐음을 정비사가 확인한 이상 기체가 이륙직후 기운 것은 기체결함에 의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AAIB의 중간발표는 그동안 사고조사상황을 나열한 것이어서 최종결론을 내리기까지는 시일이 상당히 걸릴 전망이다. ADI경보음이 의미하는 다양한 경우의 수에 대해 세밀한 검증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재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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