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구냐, 지역구 재출마냐」.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주변이 목하 고민에 빠져있다. 전체 선거구도로 봐선 전국구가 마땅하나, 이총재 스스로가 지역구민과의 약속을 이유로 서울 송파갑 재출마를 고집하고 있기때문.총재실 관계자들과 대다수 당직자들의 생각은 이총재가 적절한 시기에 지역구를 물려주고 전국구로 빠져야 한다는 것. 총재가 지역구에 매이게 되면 다른 지역의 선거지원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총재는 『지난 선거때 구민에게 한 약속이 있는데 어떻게 저버리느냐』고 완강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총재주변에서는 여러 정황을 들어 전국구 가능성을 배제하지않고 있다. 무엇보다 총선 승부처인 수도권 의원들이 바라고 있어 이총재로서도 이를 외면하기 어려운 입장. 게다가 송파갑은 한나라당 우세지역인만큼 연고권을 가진 이총재가 경쟁력 있는 인물을 영입, 한자리를 보장해주는 게 선거전략상 도움이 된다는 게 측근들의 생각이다.
그런데 최근 이 지역에 국민회의 소속 김성순 송파구청장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상황이 공교롭게 돌아가게 됐다. 한나라당은 송파을 지구당위원장인 김구청장이 지역을 바꿔 송파갑에 뛰어든 것은 국민회의와 김구청장의 속셈이 맞아떨어진 결과로 보고 있다.
국민회의 입장에선 경쟁력을 갖춘 김구청장으로 하여금 선거기간 내내 이총재를 묶어두도록 하겠다는 것이고, 김구청장으로선 이총재의 전국구 진출 가능성을 노린 게 아니냐는 것. 어쨌든 이총재로선 전국구로 옮길 경우 자칫 싸움을 피해간다는 인상을 줄 우려가 있어 이래저래 입장이 묘하게 됐다.
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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