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적으로 고립된 국가들을 상대로 한 이탈리아의 탐험적 「틈새 외교」가 조명을 받고 있다. 이탈리아는 미국이 「깡패국가」(Rogue Countries)라고 규정, 압박 정책을 가하는 바람에 국제사회의 고립지대로 남아있던 북한과 리비아 등에 대해 최근 적극적으로 외교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4일 발표된 이탈리아와 북한의 국교 수립 발표는 이탈리아의 이같은 대외 정책의 한 획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마시모 달레마 이탈리아 총리는 지난해 12월에는 유엔이 92년 리비아에 경제제재 조치를 취한 이래 서방의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리비아를 방문했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코소보 전쟁의 와중에서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으로는 이례적으로 유고연방과 외교 채널을 유지했다.
이탈리아의 이같은 외교 행보는 서방의 다른 강국이 반미 성향이 노골적인 이들 국가와의 외교 관계에 소극적이라는 점에서 선제적이고 중재적이다.
또한 북한의 대량파괴무기 능력과 군사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구심이 여전하다는 점 등에서는 탐험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신외교노선」은 미국의 외교정책과 충돌하지않는다는 점에서 과거 반미 경향이 내포됐던 프랑스의 독자 외교와도 성격이 다르다.
제임스 루빈 미 국무부 대변인이 『이탈리아로부터 대북 수교 의지를 계속 전달받아왔다』며 양측 수교를 반대하지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데서도 이런 측면은 드러난다.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이 지난해 3월 79년 이란의 회교혁명 이후 이란의 정상으로 처음 방문한 서방 국가도 이탈리아였다.
이탈리아의 리비아·이란과의 관계 강화는 결국 석유 자원을 바탕으로 한 두 나라의 경제적 잠재력을 염두에 둔 것이지만 21세기의 글로벌리제이션 추세 속에 유럽연합(EU)내에서의 영역 확대를 도모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6일 『로마가 외교 무대에서 중재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며 『북한 등을 국제무대로 끌어들이는 것이 미국이나 영국에게는 보다 어려운 일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탈리아의 외교 노선은 람베르토 디니 외무장관이 주도하고 있으며 미국의 뒷받침을 받아 시도했던 중동평화 중재의 전력을 갖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했다. 그러면서도 이 신문은 디니의 외교에 긍·부정의 반응이 교차하는 측면이 있다고 소개했다.
한 이탈리아 외교관은 『미국인은 디니 장관이 지나치게 양보하지않는 범위 내에서 리비아나 이란과의 외교 채털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세르지오 로마노 전 나토대사는 『디니의 중재외교가 본질적이라기 보다 상징적 성격이 강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탈리아가 효과적인 대북 중재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겠지만 미국이 정말 북한에 메시지를 전달하려할 때 별도의 「우편배달부」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병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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