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2일 런던 스탠스테드 공항 인근에서 일어난 대한항공 화물기 추락사고가 계기고장 때문인 것같다는 영국 항공사고조사기구(AAIB)의 발표로 사고원인은 정비불량과 기체이상 두 가지로 좁혀졌다. 비행기의 수평과 수직위치를 알려주는 자세지시기(ADI) 고장은 대한항공의 정비소홀, 또는 항공기 자체결함 때문으로 볼 수 있다.그러나 도입 20년간 별 문제가 없던 항공기가 갑자기 중요계기 이상을 일으킨 것은 정비책임에 더 무게가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을 준다. 영국 언론이 조종사의 대응미숙을 거론하는 것에서도 기체이상 가능성을 배제하는 분위기가 엿보인다.
기계는 언제고 이상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정비가 필요한 것이다. 더구나 사고 비행기는 런던으로 가던 도중 타슈켄트 상공에서 똑같은 이상이 발생했었다. 이 사실은 「기장석의 ADI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항공일지로도 확인되고 있는데, 대응조치는 미흡해 보인다.
더 큰 문제는 계기이상을 경험한 승무원들이 교대자들에게 이 사실을 인계하지 않은 점이다. 이륙직전 정비사의 육안점검 과정에서 문제를 발견, 현지 전문정비사를 불러 겨우 수리했을 정도로 심각한 이상이었는데도 철저한 점검 없이 비행 스케줄을 강행했다. 고장난 계기 정비책임은 현지 업체에 있지만 돌다리도 두드려 보는 안전의식이 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고 때마다 재발방지를 다짐해 온 대한항공이 비슷한 사고를 자꾸 일으키는 것은 기업문화와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이 업계의 진단이다. 특히 조종사의 열악한 근무환경, 조종사 처벌위주의 안전문화, 기종과다로 인한 정비의 전문성 결여 등이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오너 가족이 구속되는 수난까지 당한 대한항공으로서는 이번 사고원인과 책임을 겸허히 받아들여 기업문화를 재정립하지 않으면 존립이 어렵다는 위기의식을 느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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