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의 신년시리즈 「새천년 이사람」으로 2번째 추천된 고졸 벤처기업가 이상협(李相協·21) ㈜칵테일사장의 좌우명은 「미친 자만이 살아남는다」이다.만 18세 때 맨손으로 창업, 국내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SW)업계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그가 걸어온 길을 가장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글귀이기도 한다.
그가 컴퓨터를 처음 접한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상용 SW가 거의 없던 시절이라 일일이 만들어 써야 했는데 그는 컴퓨터 관련 서적을 닥치는대로 사보면서 프로그래밍에 빠져들었다. 덕분에 고교 3학년 때 멀티미디어 저작도구 「칵테일」의 전신인 「광개토대왕」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그 길로 창업에 나섰다. 정보올림피아드대회 대상을 받아 한국과학기술원(KAIST) 특례입학 자격이 주어졌지만 미련없이 포기했다.
한사코 반대하던 부모님도 그의 열정에 두 손을 들고 후원자로 나섰다. 경리일을 자처한 어머니 이현주(45)씨와 함께 마포의 6평짜리 사무실을 얻어 「구멍가게」나 다름없는 회사를 차렸다. 우수SW상, 장영실상 등을 잇따라 수상하면서 제품들이 날개돗친 듯 팔리기 시작했다. 학생층을 겨냥한 「멀티미디어 친구들」 교육용 CD 「이상협의 1:1 컴퓨터 교육」 등 후속 작품도 잇따라 성공을 거둬 지난해 1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목표는 40억∼50억원. 그러나 그의 꿈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사장은 『우리가 만든 제품을 전세계 사람들이 즐겨 쓰게 만들 때까지는 성공했다고 말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이를 위해 지난해 초 미국 수출도 시작했고, 신흥 벤처밸리로 떠오르는 노스캐롤라이나주 날리에 지사도 냈다.
그의 경영방식은 남다른 데가 있다. 술, 담배를 하지 않는 그는 직원들에게도 입사 때부터 금연, 금주를 요구한다. 제품을 팔기 위해 술 대접을 하는 일도 없다. 뒷돈을 써본 일은 더더욱 없다. 오직 실력으로 승부하겠다는 것이다.
이사장은 요즘 벤처업계를 휩쓰는 투자열풍과 코스닥바람에도 관심이 없다. 무조건 투자하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잇지만 한번도 유혹을 느껴본 일이 없다. 그는 『벤처기업들이 회사를 견실하게 키우려는 노력보다 투자유치에 열을 올리는 세태가 안타깝다』고 말한다.
이사장은 바쁜 시간을 쪼개 10대 컴퓨터 마니아들, 벤처 꿈나무들의 상담자 역할도 하고 있다. 그는 『공부 못해도 특정 분야에서 열심히 실력을 닦아가는 사람들의 꿈을 키워주는 것이 「지식사회」의 밑거름이 아닌가요?』라고 반문한다.
■추천사
본보 1월1일자 「새천년 이사람」 시리즈 첫번째 인물로 소개된 구현정(具泫廷)양은 이상협 ㈜칵테일사장이 벤처기업 창업에 이어 칵테일 프로그램을 미국에 수출, 인터넷 정보사회를 이끌 주역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추천이유를 밝혔다.
이상협사장이 직원들과 함께 새로운 소프트웨어 제품 개발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류효진기자
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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