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리 텍사스 전선에 전운(戰雲)이 깊어가고 있다. 김강자(金康子·55)서울 종암경찰서장이 칼을 빼든 후 홍등가엔 남자들의 발길이 뚝 끊겼고, 많은 업소들이 문조차 열지 않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마저 감돈다.특히 김서장이 6일밤 일부 업주들로부터 단속에 항의하는 협박전화까지 받은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단체들의 격려가 이어지고 경찰수뇌부도 직접 지원에 나설 것으로 「미성년자 매매춘과의 전쟁」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김서장은 『충북 옥천서장 근무시 티켓다방업주들의 협박에 비하면 미아리업주들은 「정중한」편에 속한다』며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나간 뒤 오히려 시민의 격려전화가 쇄도하고 있고 업주들도 자중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청소년 성문화대책위원회소속 12개 시민단체는 8일 오전 김서장을 격려 방문키로 했다. 「청소년을 위한 내일여성센터」 김애숙(金愛淑·39) 사무처장은 『미성년자 윤락을 근절키 위해 힘 닿는데까지 후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또 이무영(李茂永) 경찰청장도 격려전화를 걸어왔고 윤웅섭(尹雄燮) 서울경찰청장은 근일내 종암경찰서를 방문, 직원들의 수고를 격려할 예정이다. 김서장은 7일밤과 8일 새벽에도 직접 윤락업소 순시에 나서는 등 『미성년자윤락이 근절될 때까지 매일밤 순시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종암경찰서도 단속을 위한 채비를 갖추느라 부산한 모습. 이날 오전 직원 및 의경에게 미성년자 윤락녀를 구별하는 교육을 실시했고, 8일 오전에는 김서장이 업주와의 면담회를 통해 자율정화를 당부할 예정이다. 미성년자 고용업소를 신고하면 2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신고제」도 도입한다.
하지만 단속의 결과를 예단키는 쉽지않다. 우선 「미아리 텍사스」는 성북구 월곡동 1만여평 부지에 250여개 업소와 1,200여명의 윤락녀들이 한데 뭉친 거대한 핑크빛 성채. 일부 업소는 망치로 내리쳐도 깨지지 않는 방탄유리를 비롯, 이중삼중의 겹문과 비밀통로를 갖추고 단속에 대비하고 있다. 40대 후반의 여성 업주는 『장사 하루 이틀 한 것도 아닌데 맘만 먹으면 법망은 충분히 피할 수 있다』며 『단지 손님의 발길이 끊기는 게 문제』라고 털어놨다.
업주인 천일수(千一洙·54·청소년 고용자율정화위원장)씨는 『많은 업주들이 미성년자 윤락의 폐단에 공감하고 있다』며 『이 일도 생계이고 업주들도 자정노력에 힘쓰고 있는 만큼 공정한 단속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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