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운동권 이론가였다 전향한 「강철서신」의 저자 김영환(金榮煥)씨와 그의 사상적 동지였던 하영옥(河永沃)씨 간의 이념논쟁이 법정으로 이어졌다.하씨에 대한 5차 공판을 심리한 서울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김대휘·金大彙부장판사)는 7일 피고인 신분인 하씨에게 검찰측 증인으로 나선 김씨를 상대로 직접 심문할 기회를 주었다.
하씨는 이날 심문에서 『주체사상에 기반한 민혁당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더니 이제는 북한정권 타도에 앞장서겠다는 것은 이율배반 아니냐』 『수사과정에서 관련자 30여명의 이름을 언급, 죄없는 사람들을 옭아맨 것은 무슨 의도였냐』 등의 질문으로 김씨를 추궁했다.
이에대해 김씨는 『당시는 남한정권이 반민주적이라고 판단했지만, 이후 실상을 경험해보니 북한정권이 몇십배 더 반민주적이었다』며 『전향은 했지만 민족·민주 혁명을 추구했던 민혁당의 취지에서 벗어난 행동을 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김씨는 또 『당시 거론했던 사람들을 무마해주겠다는 수사기관의 말을 믿었을 뿐 고의적으로 동지들을 밀고한 것은 아니었다』고 항변했다.
두 사람은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생으로 지난 92년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결성된 민혁당 중앙위원회에 참여한 동지였다. 그러나 국정원의 민혁당 간첩단 수사 이후 김씨는 반성문을 쓰고 전향, 자유로운 몸이 되었으나 하씨는 현재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교도소에 머물러 있다.
한편, 이날 공판에서 재판부는 지난 공판 때 있었던 방청객의 법정소란을 피하기 위해 하씨 가족 등 30명에게만 방청권을 배부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