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각 구청 공무원 53명이 최근 3년동안 한 영세 조경업자로부터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씩 뇌물을 받은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이들은 업무관련 편의제공 대가 외에도 직원회식비, 병원비, 휴가비, 교통비, 명절 및 연말 떡값, 명예퇴임 축하금, 퇴직위로금, 책값, 용돈 등 온갖 명목으로 돈을 뜯어낸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은 서울지검 강력부(문효남·文孝男부장검사)가 지난달 9일 공갈 및 절도혐의로 불구속기소한 최모(44)씨의 수사기록에서 6일 밝혀졌다.
수사기록에 따르면 최씨가 현장소장으로 근무했던 S조경산업㈜ 대표 유모(43)씨는 지난 96년4월-98년12월 구청 등 관공서로부터 건당 1,000만-2,000만원 규모의 조경공사를 수주받은 뒤 『잘 봐달라』며 중랑구청 공원녹지과 윤모씨에게 330만원을 주는 등 서울시 및 각 구청 공원녹지과 등 담당 과장(5급)부터 말단 공무원(9급)에 이르기까지 모두 53명에게 1-4차례씩 330만-10만원의 뇌물을 건넸다.
최씨는 유씨가 이같은 비리 공무원들의 명단을 3권의 비밀장부에 작성,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공무원들에게 뇌물 준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유씨를 협박해 1억8,000여만원을 뜯어내다 유씨의 신고로 검찰에 붙잡혔다.
한편 이번에 적발된 공무원을 구청별로 보면 강남구청이 11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초구청 6명, 중랑구청 6명, 용산구청 4명, 서대문구청 4명, 금천구청 3명, 강동구청 2명, 마포구청 1명 순이어서 최근 발표된 「서울 구청별 부패지수」를 실감케 했다.
검찰 관계자는 『조경업계 역시 공무원들에게 돈을 갖다 바치지 않으면 제대로 공사를 할 수 없을만큼 비리가 고착화 된 상태』라며 『앞으로 시민들과 업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지속적인 단속을 벌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김영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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