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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홀리는 테크노무당 이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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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홀리는 테크노무당 이정현

입력
2000.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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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20)은 신드롬 자체다. 신세대 노래를 「그들만의 노래」로 치부한다해도 이정현은 매우 유혹적인 캐릭터다. 신들린 듯한 몸짓, 그리고 쉽게 잊혀지지 않는 눈빛. 160㎝, 40㎏이 채 안되는 작은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력(磁力)은 당초의 예상보다 훨씬 자장(磁場)이 크다. 잦은 TV 광고, 그리고 파격적 노출, 이런 점 때문에 그녀가 이전의 다른 여가수처럼 「기획 상품」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다. 그럼에도 그녀가 2000년 올 가요계에 가장 큰 폭풍을 몰고 올 유력한 후보라는 데 이견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_연말 TV 프로그램마다 출연하지 않은 데가 없었는데. 어떻게 견디나.

『집에서 해 준 보약도 먹을 시간이 없다. 하루 3시간밖에 못 잔다. 그래도 워낙 몸이 튼튼해 버티는 것 같다. 사실 팬들 환호 때문에 그렇게 힘든 줄은 모른다. 연기자일 땐 몰랐던 느낌이다. 거짓말 같지만 진짜다』

_데뷔한 지 두 달이 조금 지났다. 그 때 이렇게 될 줄 알았나. 데뷔 전 강남 테크노바에서 밤새도록 춤을 춘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무슨 고민이 있었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정말이다. 고마울 뿐이다. 춤에 빠졌었다. 4년 전 유럽 여행을 하면서 테크노 음악을 들었다. 홍익대 앞에서 유럽의 DJ들이 와서 디제이쇼를 하는 레이브 파티가 열렸다. 음악이 좋아 춤을 추었다. 그런 곳에 오는 친구들을 문제아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 않다. 공부도 좀 하고, 생각도 있는 애들이다. 다들 나름의 세계를 갖고 있다. 체계적인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_왜 가수가.

『어렸을 때부터 마이클 잭슨의 열광적인 팬이었다. 영화 출연 후 줄곧 음반 제의가 들어왔지만 그땐 연기자가 음반 내면 욕하는 분위기였다. 대학에 가야하기 때문에 성적 고민도 했었다(현재 중앙대 영화학과 재학중). 4년 만에 결심을 하고, 음반을 내기로 결정하는 데도 5개월이나 걸렸다. 좋아하니까 해보고 싶었던 일을 했을 뿐이다. 그러나 애초부터 하고 싶었던 일이다』

_사람들은 이정현을 좋다, 싫다의 개념 보다는 「신기하다」 「꼭 무당 같다」 이렇게 표현한다. 의도한 바인가.

『인도음악, 힙합, R&B를 듣는 게 취미다. 밤에 하루를 마감할 때는 초를 켜놓고 하루를 정리한다. 그런 분위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테크노 음악이면 당연히 사이버 의상을 생각한다. 하지만 오리엔탈 분위기를 살리고 싶어 커다란 비녀를 꽂고 「천녀유혼」 스타일의 옷을 입었다. 이미지를 보고 그런 생각하는 것 같은데 어쨌든 기분 좋은 일이다』

_「꽃잎」을 찍을 때 열다섯이었다. 또래 소녀들이 경험할 수 없는 많은 경험을 했는데 그것이 현재 분위기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가.

『영화에서 인생을 배웠다. 노래 부를 때, 진행하는 FM프로그램 「클릭 1020」에 온 청취자들의 사연을 전할 때 많은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사회를 배웠다. 매니저 오빠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 것 같다』

_그러나 「꽃잎」에서 80년대 광주의 아픔을 온몸으로 연기했던 소녀가 이제 화려한 모습으로 광고에 나오는 것을 보고 일종의 「배반감」 같은 것을 느낀다는 사람도 있다.

『일단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음악이 좋아 가수하는 것이다. CF는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나의 이미지를 통해서 상품을 사고 싶다는 생각을 전달하는 것도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예전엔 여러 광고에 나오는 연예인들이 싫었다. 그러나 CF에 나오는 것이 상업적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_활동을 중단한다고, 싱어송 라이터로 변신할 예정이라고 들었다. 그러나 첫 음반으로 거둔 상업적 성공이 너무 크기 때문에 오히려 부담이 될텐데.

『1월 말에 첫 앨범(「나의 별로 오세요」) 활동을 접고 2월에 인도, 이집트, 유럽 여행을 다녀와 5월에 2집을 선보인다. 대중을 외면하면 안되기에 1집은 음악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그 중 2번 「GX 339_4」같은 곡은 완성도가 높다. 장르를 정한 것은 아니다. 이미 한 곡을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내용은 비밀. 다만 변화는 있을 것이다. 노력하겠다』

『자고 싶어요』 이정현이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잠을 자는 것이다. 그리고 밍크나 강아지를 키우고 싶고, 바비 인형을 사고 싶다. 또 『노력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한다. 스무살 이정현에게서는 만들어진 가수의 느낌도, 그렇다고 엄청난 비밀이 숨겨진 신비의 실마리도 찾아지지 않는다.

『자신감 있고 직선적이지만 솔직한 것이 n세대』라고 정의하는 그녀. 새끼 손가락을 마이크처럼 사용하면서 『와!』라고 사람들을 유인하더니, 주먹을 불끈 쥐고 『바꿔』라고 외치는 그녀. 어리고 작은 스무살의 소녀같은 처녀에게 사람들은 유인되고 있다. 우리는 일단 그 주문에서 풀려나와야 과연 그녀의 무엇을 보았었던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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