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선율이 좋아 부르기 시작했지요. 그러나 차츰 가사에 담긴 삶의 모습이 좋아졌어요. 노래를 부르면서 맑아지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표정도 좋구요. 그들이 사라지면 노래도 사라진다는 아쉬움 때문에 작업을 하게 됐지요』김용우(32)의 세번째 앨범 「모개비」(선소리꾼이라는 뜻)는 구전 민요와 재즈, 테크노를 접목한 크로스오버 음반이다. 서울대 국악과에서 피리를 전공한 김용우는 대학시절 「메아리」에서 활동하며 노래운동을 했다. 그러나 그가 택한 길은 시골 어느 곳이라도 찾아가 살아있는 구전 민요를 채집하는 일이었다. 94년까지 대략 6, 7년을 채집, 두개의 음반을 냈다.
그는 원형의 노랫소리를 유지하려 애쓴다. 우리 소리의 오롯함을 지키는 대신 요즘 젊은이들에게 다가설 수 있는 친근한 반주로 「현재화」를 꾀한다.
「시어머니 하는 말씀/ 얘야 아가 며늘 아가/ 진주낭군 오실터이니/ 진주 남강 빨래가라」 빨래간 며느리는 하늘 같은 낭군이 본 체 만 체 지나가 첩을 옆에 끼고 권주가를 부르는 속이 뒤집히는 꼴을 보고 9가지 약을 먹고 자살한다. 우리나라에 청년 문화가 형성될 때부터 꾸준히 불려온 「진주 난봉가」는 초반 익숙한 가락으로 전개되다 어느새 재즈 가락으로 바뀐다. 「장타령」은 전라도의 구전민요로 보사노바 리듬과 만났고, 「풍구소리」는 황대도에서 풀무질할 때 불렀던 노래로 그룹 「인공위성」의 아카펠라로 뒷소리를 마무리했다. 구전민요는 해학과 상소리가 주는 카타르시스가 묘미.
「니칠자나 내 팔자나/ 네모반듯 왕골방에/ 샛별 같은 놋요강을/ 발치만큼 던져놓고/ 원앙금침 잣벼개에/ 앵두같은 젖을 빨며/ 잠자 보기는/ 오초강산에 일글렀으니/ 엉틀멍틀 장석자리에 깊은 정두자」 같은 가사의 「엮음 아라리」는 강원도 정선에서 채집한 것이다.
지난했던 지난 세기 우리의 삶을 생명력 질긴 엉겅퀴 꽃에 비유한 「엉겅퀴야」(작사 민영·작곡 이정란)는 애잔한 해금소리와 김용우의 소리, 고운 우리말 가사가 잘 어울린 현대판 구전 민요. 음악적으로, 대중적으로도 손색이 없다. 히든 트랙(12번)에서는 신세 한탄 노래인 「만드레사냐」와 테크노를 결합했는데 국악의 장단과 만난 테크노가 결코 이질적으로 들리지 않아 좋다. 그는 12~16일 대학로 학전 그린극장(02_333_5035)에서 첫 콘서트를 위해 요즘 목다듬기에 한창이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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