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수요일」로 불렸던 4일의 주가 대폭락은 전세계적인 현상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나라 종합주가지수의 하락률이 세계 어느나라보다도 컸다는 점이다. 전날 급등요인을 감안하더라도 이는 우리나라 주식시장, 나아가 경제전체가 나라밖의 움직임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으며 결국 외부충격에 그만큼 허약하다는 것을 뜻한다.▦1,000억달러가 움직인다
작년 1년간 외국인증권투자자금 순유입액은 51억9,000만달러로 98년(47억8,000만달러)보다 4억1,000만달러 늘어났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순유입액이 아니라 유출입 총액이다. 지난해 외국인증권자금 유출입총액은 777억3,000만달러로 전년도(281억8,000만달러)보다 500억달러 가까이 증가했다. 유입액은 164억8,000만달러에서 414억6,000만달러로 늘어났고, 유출액도 117억달러에서 362억7,000만달러로 폭증했다. 달러의 들어오고 나감이 그만큼 빈번해지고 규모도 커졌다는 것이다.
달러의 유출입 증가는 그만큼 자금이동이 「단기화」하고 나아가 「투기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환율 움직임이 불안해지고 그만큼 시장교란도 커지게 된다.
시장관계자들은 외국인들의 주식투자가 지속되고 금리상승으로 채권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보여 올해는 1,000억달러가 넘는 돈이 들어오거나 빠져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위험노출은 더 커진다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금융시장의 외부민감도가 큰 우리나라 여건에서 달러유출입이 더 많아지고 빨라질 경우 경제 전체는 해외자본의 움직임에 완전히 노출되고 만다. 외환보유액이 작년말 740억달러를 넘어서고 금년말 1,000억달러에 달한다해도 밀물과 썰물을 타는 투기자본의 공격에는 당해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렇다. 고환율·저주가에 들어왔던 외국인주식투자자들이 저환율·고주가 상태에서 일시에 빠져나갈 경우 이들은 주식매매차익과 환차익등 이중의 이익을 실현하게 된다. 막대한 외국인주식자금이 이탈하면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환율은 폭등, 경제는 다시 엉망이 되고 만다. 이 때 외국인들은 다시 국내시장에 참여, 환율은 떨어뜨리고 주가를 끌어올리게 된다. 이같은 과정이 반복되면 외국인들은 항상 주식·환율의 차익만 챙기고, 국내경제는 남미처럼 주기적인 경제위기를 겪는 것이다.
▦경상수지 흑자관리해야
이같은 투기자본의 공격을 예방해 「위기의 일상화」상태에서 벗어나려면 무엇보다 경상수지흑자유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연세대 김정식(金正湜)교수는 『지속적 경상수지적자는 곧바로 대외신인도를떨어뜨려 과거와 같은 외환위기를 다시 초래할 수 있다』며 『경상수지 흑자에 초점을 맞춰 거시경제정책을 운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년도 경상수지 흑자전망치는 대략 120억달러. 그러나 수출둔화 및 수입급증추세를 감안할 때 하반기에는 월간 단위로 적자반전도 예상된다. 이규성(李揆成)전 재정경제부장관도 『우리나라같은 작고 개방된 경제에선 물가안정 못지않게 대외균형, 즉 경상수지를 균형 또는 소폭의 흑자로 유지하는 것에 정책적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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