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알았다. 밤하늘을 가로지르며 흐르는 별똥별은 바로 「하늘이 뿌리는 눈물」임을.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별똥별이 돼 떠나는 남자의 슬픈 영혼, 그 남자를 눈물로 보내며 여자는 별똥별을 가슴에 담았다. 이렇게 자연은 인간의 가슴에서 살아나 하나의 「의미」를 얻는다. 그 의미는 저마다의 슬픔과 기쁨만큼이나 다르리라.남자는 살아서 사랑을 말하지 못했다. 또 여자는 그의 사랑이 얼마나 맑고 크고 깊은지, 자신 역시 그 사랑을 얼마나 원하고 있었는지 깨닫지 못했다. 다이빙 사고로 앞을 못보고, 말도 못하게 된 양파(런시엔치·任賢薺)와 정기적으로 그의 집을 찾아 보살피는 간호사 초란(장바이츠·張栢芝). 남자는 여자와 함께 했던 아주 작은 순간도 모두 기억한다. 마음 속으로 그 여자가 평생 자신의 머리를 깎아주길 바란다. 여자는 그런 남자에 의해 자신의 가슴이 조금씩 열리고 있음을 느낀다.
그들은 「사랑」이란 말을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남자도, 여자도 안다. 이미 사랑이 시작됐음을. 그 행복한 미래의 시간을 펼칠쯤, 운명(양파의 자동차 사고)은 그들을 갈라 놓는다. 떠나버렸기에, 돌아올 수 없기에 더욱 간절한 사람들. 『아! 단 한 번이라도 다시 볼 수 있다면』 영화는 그 소망을 들어준다. 귀신의 존재로 이승에 내려온 남자. 그에게는 세가지 숙명이 주어진다. 5일 동안이란 시간, 사람들이 자신을 양파로 보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자신이 양파임을 밝힐 수 없다는 것. 그것이 없다면 어떻게 「운명적」이며, 어떻게 이야기가 될수 있을까.
동화 같고, 어디선가 듣고 본 듯한 멜로드라마. 세상의 모든 「이루지 못한 사랑 이야기」란 이처럼 유치하다. 그러나 초란의 말처럼 「눈을 감고 마음으로 그것을 받아들이면」 내 아픔과 눈물이 된다. 그렇게 마음을 열어주는 영화 「성원(星願)」. 어느 순간 초란은 그 사랑이 가까이 다시 찾아왔다는 느낌에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양파의 버릇(레몬 주스에 소금 타먹기)과 물건(색소폰, 사진, 일기장, 라디오에 사연 신청)과 기억(초란과의 시간)이 하나하나 연결되면서, 운명을 뛰어 넘어 그 「존재와 사랑」을 확인하는 기쁨과 슬픔. 홍콩 멜로 영화는 관객의 마음을 읽을 줄 안다.
감독 마추청(馬楚成)은 「첨밀밀」 「유리의 성」 촬영감독 출신. 왕자웨이처럼 현란한 스타일리스트는 아니다. 그러나 감성을 정교하게 잡아내고, 배치하는 솜씨만은 빼어나다. 그것이 아름답고 감정 넘치는 신인 여배우 장바이츠에 의해 더욱 아름다운 빛을 발했으니. 「성원」이 「첨밀밀」 이후 90년대 홍콩 최고흥행 멜로물로 기록될 수밖에. 15일 개봉. 오락성★★★★ 예술성★★★☆(★ 5개 만점, ☆은1/2, 한국일보 문화부 평가)
■ 초란역 장바이츠
마추청 감독은 여주인공 초란의 첫째 조건으로 『매우 예뻐야 한다』를 꼽았다. 관객들 역시 양파가 간절히 다시 만나길 원할 만큼 아름답고 순수해 운명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져야 하기 때문이었다.
코미디 「희극지왕」으로 데뷔한 스무살의 신인 장바이츠는 그 기대를 충분히 채워주었다. 소녀 같은 얼굴,가식 없는 감정표현. 추란은 실제 활달한 성격의 그녀와는 다른 캐릭터였다. 그렇지만 『감정이 풍부해 스스로 감동을 주는 멜로영화에 잘 어울린다』고 말하는 여자. 98년 호주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홍콩에 돌아와 음료광고에 나오면서 곧바로 폭발적인 인기를 끈 장바이츠는 이번에 「성원」의 주제가까지 불렀으며, 서극의 신작 「순류역류」에도 출연할 계획이다. 『메기장(장만옥)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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