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나이 들면서 멋있어지는데 여자는 그 반대라는 이야기에 공감한 때가 있다. 볼품없는 얼굴로 흉잡혔던 대학동창이 탁월한 문화유산 전문가로 밝혀졌을 때 남들처럼 『나이들어 개성있는 인물이 되었구나』 생각했다. 나이든 여성을 모처럼 만난 후 『더 멋있어졌어』하고 생각한 기억은 별로 없다.고교생인 나의 딸은 숀 코너리를 브래드 피트만큼 좋아한다. 늙었지만 멋있다는 것이다. 그 아이가 멋지다고 생각하는 나이든 여배우는 없다. 그 아이에게 제일 먼저 사준 장난감은 총이었다. 그 다음, 기차, 자동차, 로보트. 바비인형은 그 아이가 고르고 나는 돈만 냈다. 『여자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길러진다고 했겠다, 내 손으로 인형부터 사줄 필요는 없지!』 했다.
사회가 여자를 기른다는 것은 과장이 아니다. 딸애는 유치원에 입학한지 하루 이틀만에 『여자애가 왜 총을 갖고 노느냐』는 말에 총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중년의 남자가 멋있어 보이는 것은 배후의 돈과 힘 덕분이고 중년의 여자가 그렇지 않아 보이는 것은 여성의 멋을 젊음과 미모에만 두는 사회의 비뚤어진 잣대 때문이라는 것을 나 자신 요즘에서야 인식한다.
김대중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발표한 여성부 신설계획은 신년사에 들어 있는 다른 계획에 비하면 언론에서 푸대접이다. 「작은 정부」를 지향해야 하는데 역행한다는 논리 때문만은 아니다. 여성표를 겨냥한 조치라느니, 여성전담부서 설치는 어느 나라에도 없다느니, 6개 부처에 분산된 여성정책을 한 군데 모은 주변부로 머물 가능성이 있다느니 한다. 그러나 사실은 「여자의 권리」라면 미리 싫어하는 인식이 저변에 작용한 탓이 아닐까.
여성부 신설에 찬성이다. 여성운동가든 아니든, 직장여성이든 아니든, 고교생이든 대학생이든 내가 아는 모든 여성들은 억눌린 자의 경험을 겪어왔다. 크기와 종류만 다를 뿐이다. 자라면서, 학교 다니면서, 직업을 얻기까지, 직장에서, 가사노동에서…. 끝이 없다. 물론 우리 남성들은 이런 경험이 없다. 우리사회는 대학학장이 『여학생이 많이 입학해 큰 일』이라고 예사로 말하는 사회다. 또 청와대홈페이지를 보면 대통령부인이 중요인물이 아닌 사회다. 백악관 홈페이지가 힐러리, 고어후보의 홈페이지가 부인 티퍼를 소개하는 데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그래도 여성의 지위가 높고, 대통령부인에 대한 정보제공은 의무라는 생각이다. 사실 투표할 때 우리는 부인도 보지 않는가.
여성이 더 나은 조건을 가지게 하고 능력있는 여성은 일하도록 도와주는 것은 남자 여러분의 몫이다. 여성부 신설을 지지하는 것은 한 방법이다. 아내는 모르겠지만 귀한 딸들을 위해서도 그렇다. 명칭 조직 인원은 다르지만 집행력, 각료회의에서의 의결권을 가진 여성기구를 둔 나라들은 많다. 영국은 무임소장관급의 바로니스 제이(number-10.gov.uk, news.bbc.co.uk), 프랑스는 노동부 산하의 비서관 테리(social.gouv.fr)가 수장이다.
박금자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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