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간 「지주회사 논쟁 2라운드」가 벌어졌다. 지난해 지주회사 설립요건 완화문제를 놓고 한바탕 언쟁을 벌였던 양 부처는 이번엔 금융지주회사법 제정에 대해 현격한 입장차를 노출하고 있다.강봉균(康奉均)재경부장관이 4일 금융지주회사법 제정방침을 밝힌 것과 관련, 5일 공정위는 강한 반대입장을 보였다.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기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조항으로도 얼마든지 금융지주회사를 만들 수 있는데 금융지주회사법을 따로 만들겠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경부는 금융기관은 일반기업과 달리 인가에 의해 설립되고 까다로운 감독을 받는 만큼 금융지주회사도 일반지주회사와는 다른 잣대(별도 법률)가 필요하다는 입장. 재경부 관계자는 『일반지주회사야 형식요건만 맞으면 아무나 설립할 수 있지만 금융기관을 지배하는 금융지주회사까지 그럴 수는 없지 않은 가』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세계 대부분 나라가 지주회사 설립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 추세』라며 『각 금융기관이 개별 금융법에 의해 철저한 감독을 받는데 굳이 지주회사까지 별도법을 만들겠다는 것은 규제중심적 발상』이라고 언급했다. 또 현행 공정거래법상 금융지주회사는 일반기업 자회사를, 일반지주회사는 금융자회사를 각각 둘 수 없도록 하는 등 산업_금융간 차단장치가 마련되어 있고 은행의 경우 은행법만 다소 손질하면 새 법의 제정없이도 문제점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재경부와 공정위는 지난해에도 부채비율 100%이하, 자회사 지분율 30%(비상장기업은 50%)로 되어있는 지주회사 설립요건과 관련, 「재벌 소그룹 분할 촉진을 위해 요건을 완화하자」(재경부)와 「자칫 새로운 선단경영의 도구로 악용될 수 있으므로 완화할 수 없다」(공정위)로 팽팽히 맞선 바 있다.
그러나 양 부처간 이같은 대립의 근저에는 「지주회사는 내 관할」 「금융기관은 내 영역」이란 인식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