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5일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올해 안보정책의 목표를 「안정된 평화정착의 원년」으로 설정한 배경에는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 과정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정세판단이 자리잡고 있다.김대통령의 정세판단은 지난해 추진한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 구상이 미일의 협력을 얻어 북한에 제의됐고, 북측도 남북 경협과 대미·대일 관계개선에 응하면서 포괄적 접근방안에 호응하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김대통령은 이렇게 완성된 냉전해체의 밑그림을 올해 실천으로 옮기는데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따라서 올 안보정책은 북한을 협상의 틀로 끌어들이는 정지작업 성격의 과제보다는 남북간 협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고, 북한의 대외관계 개선 과정을 후방지원하는 실질적 과제에 무게가 실렸다.
김대통령은 그러나 이같은 안보정책의 든든한 디딤돌로 「확고한 안보태세 유지」 정책을 설정했다. 지난해 남북경협이 활성화하면서도 서해교전, 간첩선 침투 등 북한의 국지적 무력도발이 발생했듯 냉전해체에 탄력이 붙더라도 북한 위협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민·관·군 통합방위체제를 포함한 위기대처능력과 체제를 강화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위협에 대응하는 안보능력을 강화키로 했다.
정부는 튼실한 안보를 바탕으로 남북한이 상호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경제협력을 가속화, 종국에는 「공동의 시장」을 이루는 남북 경제공동체 형성을 둘째 목표로 설정했다. 정부는 지금까지 사용해 온 「경협 활성화」라는 용어가 질적으로 비약하는 남북경협 진전상황을 설명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경제공동체라는 용어를 도입했다고 밝히고 있다.
북한이 경제공동체라는 개념에는 부정적인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높지만 경제공동체 실현을 위한 남측의 구체적 사업에 대해서는 호응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대남 경협을 통해 많은 외화를 얻은 만큼 올해에도 서해안공단조성사업, 위탁가공교역 확대, 전자산업분야 협력 등에는 적극 호응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정부는 경협의 질적 비약을 위한 당국간 대화에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남북관계개선을 위한 국제적 환경 조성에도 외교적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북·미, 북·일 관계개선과정에서 북한이 남북대화 필요성을 절감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한·미·일 3각 공조를 강화할 방침이다. 지난해 「냉전구조 해체」 제안으로 잡은 한반도 문제 해결의 이니셔티브를 올해에도 유지하겠다는 게 김대통령의 구상인 것 같
다.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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