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시라크 프랑스대통령은 2000년 시무식을 마친 3일 공석인 예산부장관에 플로랑스 파를리 총리실 예산자문관을 임명했다. 97년부터 리오넬 조스팽 총리의 자문관 역할을 해온 파를리 신임장관은 프랑스의 고급 공무원 양성기관인 국립행정학교(ENA)를 나온 36세의 젊은 엘리트 여성 정치인.30대 최연소 여성장관의 탄생은 지난해 시라크대통령을 배출한 우파정당 공화국연합(RPR)의 신임 총재에 처음으로 여성이 선출된데 이어 2000년에도 프랑스 정가에 우먼파워 돌풍이 거셀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프랑스 정가의 여성진출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활발하다. 특히 97년 출범한 사회당 내각의 핵심 포스트에는 차기 총리를 노리는 여장부들이 줄줄이 포진하고 있다.
사용자와 노조 양측의 반대를 무릅쓰고 주당 35시간 노동제를 관철시킨 마르틴 오브리 노동부장관, 사법부와의 마찰을 불러일으키며 사법개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엘리자베스 기구 법무부장관, 초중고교에 피임약을 지급하는 정책으로 전국적인 논란을 불러 일으킨 세고렌느 르와얄 교육부장관 등 핵심부서 장관이 모두 여성이다.
또 지난해말 프랑스를 강타한 살인폭풍과 유조선의 기름유출 사고를 해결하느라 현장을 누비고 있는 도미니크 부아네 환경부장관과 카트린 트로트만 문화부장관도 당당히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여걸이다.
파를리 신임장관의 합류로 현내각의 각료 26명중 여성장관은 9명으로 늘어났다. 각료의 3분의1 이상을 여성이 차지한 것이다. 프랑스의 여성 참정권 허용이 인접한 이웃나라 보다 훨씬 늦은 1944년에야 이루어졌다는 점에 비춰볼때 놀랄만한 약진이다. 여성장관들은 언론의 인기정치인 여론조사에서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대중적 인기도 누리고 있다.
특히 마르틴 오브리 장관은 사회당 정권이 가장 중시하는 노동정책과 사회보장제도의 개혁을 추진, 차세대 총리감으로 주목받고 있다.
20대부터 노동운동에 투신한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노동행정의 전문가로 입신한 그는 저돌적인 추진력과 개혁성향으로 유명하다. 엘리자베스 기구 장관도 여론조사때마다 상위권을 달리는 인기 정치인. 영화배우를 뺨치는 미모와 논리적인 화술로 텔레비전 대담 프로그램에서 사법개혁의 당위성을 조목조목 설명, 국민의 공감과 성원을 한몸에 받았다.
이들은 프랑스 고위공무원의 60% 이상이 졸업한 ENA 출신의 최고 엘리트로 개인적 능력이 출중한데다 정치적 입지도 탄탄해 조스팽 총리의 후계로 종종 거론된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여왕을 배출하지않은 유일한 나라일 정도로 보수성이 강한 전통을 지니고 있지만 여성각료의 활약상으로 볼때 여성 대통령의 배출이 그리 먼 얘기가 아닌 것 같다.
파리=이창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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