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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속 파고드는 겨울파도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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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속 파고드는 겨울파도의 유혹

입력
2000.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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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바다는 철이 없다. 그 곳에는 언제나 파도를 맞는 사람들이 있다. 아직 새해의 여운이 남아 있는 요즘에는 해돋이 인파도 꼬리를 문다.그들은 바다가 지닌 사계절의 모습을 모두 가슴에 담으려 한다. 볼을 할퀴는 칼날같은 찬 바람, 원색의 파라솔이 철수한 을씨년스런 백사장, 갈매기의 울음소리…. 파도를 밟으며 왕복달리기를 하는 아이들의 웃음 소리를 제외하면, 겨울바다는 적막함으로 가득하다. 치장을 하지 않은 순수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다.

동해 고래불해변(경북 영덕군)

백사장의 길이가 20리(8㎞)이다. 그 모래밭은 6개나 되는 해안마을을 품고 있다.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걸어가는데 2시간. 쉬엄쉬엄 왕복을 하면 반

나절이 지난다. 백사장은 활처럼 안으로 굽었다. 그래서 20리 저쪽 해안의 파도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남쪽 끝에는 상대산을 휘감고 맑은 태백의 계류 송전천이 바다로 흘러들고 백사장을 따라 송림이 짙게 뻗어 있다.

이 곳의 모래는 굵고 황금빛을 띤다. 살에 붙지 않고 신발 속으로도 잘 들어가지 않는다. 마구 뒹굴어도 좋다. 연인은 물론 가족나들이에 안성맞춤이다. 여름에는 30만여명이 북적대는 거대한 해수욕장이지만 겨울에는 드문드문 사람들이 서 있는 「나 만의 바다」이다.

고래불이란 이름은 원래 「고래뿔」에서 유래했다. 고려말의 대학자 목은 이색이 지었다. 어린 시절 상대산에 오른 이색은 앞바다에 고래가 물을 뿜으며 놀고 있는 모습을 보고 「고래뿔」이라 했고 이 말이 바닷가의 이름이 됐다. 2003년이면 종합관광휴양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조용히 이 곳을 찾을 수 있는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

고래불해변이 가진 또 다른 매력은 주변에 많은 명소를 거느리고 있다는 것. 특히 대진항등 바닷사람들의 정겨움을 느끼고 싱싱한 횟감을 구할 수 있는 포구가 많다. 1시간 거리의 불영계곡은 겨울계곡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 이웃한 울진군의 백암·덕구온천을 여행프로그램에 넣어도 좋다. 유황온천인 백암온천은 신경통과 만성관절염에 좋고 국내유일의 알카리성 노천온천인 덕구온천은 특히 근육피로를 푸는데 제격이다.

남해 상주해변(경남 남해군)

남녘바다의 아름다움은 물빛과 바위의 충돌이 빚어낸다. 녹색, 오색, 회색으로 철마다 옷을 갈아입는 크고 작은 바위섬과 이를 감싸고 도는 깊은 물색의 조화는 남해 바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경남 남해의 맨끝에 위치한 상주해변은 그런 남쪽 바다와는 크게 다른 모습을 가진 포근한 바닷가이다. 「주저 앉으면 그 곳이 관광지」라는 절경의 집합체인 남해도에서도 상주해변은 금산, 남해대교에 이어 남해 12경의 제3경에 드는 대표적인 명소. 여름에는 인파로 들끓는다. 그러나 겨울에는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적막하다.

상주해변의 백미는 고운 모래밭. 미싯가루같이 미세한 분말이기 때문에 뛰어도 발소리가 나지 않는다. 바람이 거칠어지면 하얗게 날릴 정도이다. 고운 모래바람을 막기 위해 소나무가 2㎞의 해변에 줄지어 심어져 있다. 어른의 두 팔로도 감싸지 못하는 아름드리이다. 바가지처럼 움푹 패인 듯한 해변의 앞은 바위섬 세존도가 가로막고 있다. 그래서 파도가 거의 없이 호수처럼 잔잔하다.

상주해변 뒤에는 남해 12경중 제1경인 금산이 병풍처럼 버티고 있다. 거대한 암산인 금산의 정수리 부근에는 남한 3대 기도도량중 하나인 보리암이 있다. 남해도의 해안선을 일주하는 19, 3번 국도는 반드시 돌아봐야 할 드라이브코스. 해안절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서울에서 호남고속도로 전주IC로 빠져 남원-구례-하동을 거쳐 남해대교를 넘는 길이 가장 빠르다. 상주 번영회(0594)863-3573

서해 꽃지해변(충남 태안군)

한동안 교통의 오지였던 안면도는 여전히 맑은 자연의 공기를 숨쉴 수 있는 곳이다. 해수욕장, 낚시터, 울창한 송림 등 무공해 여행지가 널려있다. 그 중에서 꽃지해수욕장은 이름처럼 아름다운 바닷가. 우선 툭 터진 전망이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인천의 월미도 정도로 서해를 인식하는 편견은 한순간에 사라진다.

바다 정면에 이색적인 모습의 할미바위, 할아비바위가 나란히 서있다. 큰 게 할미바위이고 작은 게 할아비바위이다. 두 바위는 이웃한 방포해변에서도 보인다. 두 바위 사이로 해가 진다. 안면도에서도 특히 꽃지해변의 일몰은 단연 최고로 꼽힌다.

썰물이 되면 갯바위가 드러난다. 안면도의 갯바위와 갯벌은 바다생물의 천국. 조개는 물론 고동, 게, 말미잘 등이 지천으로 널려있다. 집게다리를 공격형으로 세운 채 사람을 피해 쏜살같이 달아나는 게들의 모습이 마치 군무처럼 보인다. 아이들이 비명을 지른다.

안면도의 또 다른 명물은 「안면송」으로 불리는 소나무. 옛날에는 『도끼 하나만 있어도 먹고 산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울창했다. 그 솔숲에 들면 강원도 산중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꽃지에서 가까운 곳에 자연휴양림(0455-674-5017)이 있다. 규모는 작지만 50-80년생 안명송이 가득한 향기로운 곳이다. 해변과 인접해 있는 승언프라자(0455-674-1671)등도 숙소로 적당하다. 번영회 (0455-674-5810)

글=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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