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이 21세기에도 외교적 영향력을 유지하려면 강압보다는 흡인력을 발휘하는 「소프트 파워(soft power)」를 키워야 한다고 조셉 나이(Joseph Nye) 하버드대 행정대학원장이 강조했다.미 국방차관보를 지낸 나이 교수는 3일 「낭비해서는 안될 파워」라는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미국의 일방적인 외교정책이 국제적 지위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공화당 후보들에게 소프트 파워를 약화시키지말 것을 당부했다.
「소프트 파워」는 군사력 등 힘을 통해 지배하는 강대국(하드 파워·hard power)에 대비되는 말로서 문화, 지식 등 연성의 매개수단으로 영향력을 유지하는 강국을 일컫는다. 다음은 이 기고문의 요지.
『미국의 현 외교정책에 대한 논쟁은 고립주의로의 후퇴 여부가 아니라 다른 나라와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에 관한 것이다. 소프트 파워는 강압보다는 흡인력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는 능력이다.
다른 나라가 우리가 원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원한다면 강압을 사용하지않고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는 모두 중요하며 상호 보완적일때 최상의 힘을 발휘한다.
소프트 파워는 우리가 갖고 있는 가치를 통해 형성된다. 우리가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의 횃불로 간주된다면 다른 이들이 우리의 지도를 따르게 될 것이다.
반대로 우리가 천명한 기준을 지키지못하고 위선자처럼 보여진다면 우리를 따르려하는 의지도 줄어들 것이다. 미 대학에 매년 50만명의 외국인 유학생이 몰려들어 공부하는 것도 소프트 파워의 원천이다. 대부분의 유학생이 미국에 대해 본국에서 공부하면서 알게 됐을 것보다 더 현실적이고 긍정적인 평가를 하게 된다.
또다른 원천으로 문화적 수출을 들 수 있다. 영화와 TV 프로그램, 예술, 학술서적, 인터넷 등이 모두 이런 범주에 든다. 소프트 파워는 또 국제통화기금(IMF),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과 같은 국제기구를 통해서도 작용할 수 있다. 이들 국제기구가 우리의 이익과 부합하는 방식으로 다른 나라들의 의제를 설정한다면 우리의 소프트 파워는 강화되는 것이다.
포괄핵실험금지조약(CTBT)의 손익계산이 무엇이든 상원에서 CTBT 비준을 거부하고 이를 거부한 방법은 우리의 소프트 파워에 심각한 손실을 초래했다. 또 이와 비슷하게 우리의 법을 동맹국의 사법권에까지 확대하려는 골목대장처럼 보인다면 이 역시 소프트 파워를 약화시키는 것이다.
최근 들어 유럽에서 미국의 「초강대 권력」이 견제되고 균형을 맞춰야 할 위협이란 프랑스측의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선거를 앞둔 후보들의 일방주의적 웅변이 미국의 소프트 파워를 낭비하고 적을 늘리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통탄스런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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