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염양순 주부의 살림지혜」 기고자인 염양순씨(40)는 올해로 17년째 가계부를 쓰고 있다. 남편과 고1·중2에 재학중인 남매와 단란한 가정을 꾸려온 비결중 하나가 가계부 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염씨는 시중의 가계부를 쓰지 않고 두꺼운 대학 노트나 사무용 노트에 줄을 그어 사용하고 있다. 노트의 한 페이지를 하루로 잡아 수입과 지출 내역을 적고 하단에는 그 날의 집안 일을 기록한다. 염씨는 『시중의 가계부는 나에게 맞지 않는 항목이 많고 살림의 지혜라는 이름으로 이런저런 불필요한 항목들이 있어 오히려 불편하다』고 말한다.
매달 1일이면 염씨는 그 달의 가계 예산을 짠다. 염씨가 가장 먼저 체크하는 것은 고정 비용. 남편이 예전에 사업을 하면서 빌린 대출금이 남아 있는 염씨는 우선 그 달의 상환액을 비롯해 저축, 보험금 등을 해당 날짜에 기록해둔다. 공과금, 통신비 등은 액수가 정해져 있지 않으므로 날짜에 항목만 기입한다. 이렇게 하면 납부 기일을 넘겨 생기는 연체료를 방지할 수 있다고 한다.
남매가 중학교,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것에 비하면 교육비는 많지 않은 편. 3개월에 한번 납부금 40만원, 한달 용돈으로 10만원이 드는 것이 사실상 전부. 염씨는 두 아이가 가정살림을 위해 학원에 일절 다니지 않으면서도 상위권 성적이어서 고맙게 여기고 있다. 나머지 식비, 의류비, 보건위생비 등 항목별로 예산을 짠다.
정기 수입은 남편의 월급과 염씨의 고료·인세 수입 등이 있다. 이따금 부수입이 생기면 무조건 저축을 해서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길 경우 초과되는 부분을 이것으로 메운다. 친척이나 지인들에게서 받은 선물에 대해서는 시가로 계산해 수입으로 잡지만 현금이 아닌 별도 항목에 넣는다.
염씨는 이렇게 미리 가계부 예산을 짜고나서 집행에 들어가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게 된다고 말한다. 30, 31일이 되면 지출과 수입 내역을 분석한다. 전기, 수도, 가스, 전화료 등의 고정비용은 지난 달과 비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한다.
/이민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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