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외관계 개선을 위한 외교활동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북한은 새해 벽두인 4일 이탈리아와 대사급 외교관계를 수립, 대(對) 유럽연합(EU) 외교의 교두보를 확보함으로써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 「탈고립 외교」를 올해 한층 활발하게 전개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북한은 지난해 9월 베를린 북·미 고위급회담 타결을 전후로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미수교국을 대상으로 관계개선을 위한 물밑접촉을 시도해 왔다. 특히 지난해 9월말 북한 외무상으로는 7년만에 유엔 총회에 모습을 나타낸 백남순(白南淳)외무상은 총회기간 EU 의장국인 핀란드를 비롯, 이탈리아 덴마크 등 20여개 EU국 외상들과 회담을 갖는 등 이전과는 눈에 띄게 다른 외교 행태를 보여주었다.
당시 영국 프랑스 독일 등 EU의 「빅3」는 백외상과의 회담을 외면했지만 그의 활발한 행보는 일단 북한이 국제무대로의 복귀를 시도하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북한 외교의 다변화 현상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북한은 신인민군(NPA)지원 문제로 소원한 관계에 있던 필리핀에도 외무장관 회담을 요청, 곧 국교 수립을 눈앞에 두고 있으며 75년 북한의 일방적 공관철수로 단교상태인 호주와도 다음달 평양에서 양국 외무당국자 회담을 열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지난해 말 무라야마 도이치(村山富市)전 총리의 방북을 계기로 수교의 물꼬가 트인 일본과도 이번달 말 2차 예비접촉을 갖기로 하는 등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중국·러시아와의 소원했던 관계를 회복하려는 시도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 이바노프 외무장관이 1월중 북한을 방문, 우호선린협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당국자들은 북한의 이같은 외교행보를 김정일(金正日)체제가 체제안정을 기반으로 국제무대에서 정상국가로서의 지위를 얻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경제난 극복을 위해 애를 써왔지만 외교적 고립상태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깨달은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정권은 올해 서방국가와의 관계개선을 통해 식량 등 대외원조와 경제재건을 위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노력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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