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배우가 지난해 옷을 벗어 유명해졌다. 과감한 성애(性愛) 연기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들이 충무로를 벗어나 여의도로 진출했다.논란 끝에 8일 개봉하는 영화 「거짓말」의 주연 김태연(24)과 「노랑머리」「세기말」의 주연 이재은(20). 패션모델 출신인 김태연은 처음 드라마에 출연하고, 아역 탤런트 출신인 이재은은 1년만에 친정에 돌아갔다.
스크린이 아닌 브라운관에서 두 사람은 어떤 모습을 보일까.
■ 김태연
목소리가 가벼웠다. 목소리에 묻어나는 향취가 상쾌하다. 인터뷰 한 3일이 생일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김태연은 새해를 누구보다 상큼하게 시작하고 있다. 영화 「거짓말」이 우여곡절 끝에 상영 결정이 났기 때문일까.
그녀는 최근 촬영을 마친 SBS 「러브스토리_로즈」(5·6일 방송)로 TV 연기자로서 처음 시청자와 만난다.
예쁘지는 않다. 사람을 흡입하는 묘한 이국적 이미지가 풍겨난다. 하지만 당차다. 전라(全裸)연기에 대해 배우로서 자신감 있고 당당하게 연기했을 뿐이라고 잘라 말한다. 드라마 출연에 대해서도 연기패턴, 카메라에 대한 시선처리 등 많은 것을 배웠고 떨리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런 자신감은? 그녀는 천성이 광대 체질이다. 5년 동안 무대에서 순간 승부를 거는 패션모델로 활동했다. 무대와 스크린, 브라운관은 현상적 차이만 있을 뿐 자신에게는 편하게 느껴지는 마당일 뿐이라고 한다.
드라마 출연은 작가 송지나의 간택이다. 이색적인 이미지가 인생에 방해만 되는 범죄자 아버지에 대한 애증의 교차를 표출하는 데 맞았다. 출연제의에 김태연은 망설이지 않았다. 연기자가 된 바에야 장르 구분 없이 전천후로 활동하고 싶다는 욕구가 발동했다. 「로즈」 의 여대생 지현 역이 「거짓말」의 여고생 Y역과 비슷하게 사랑의 굶주림을 안고 사는 우울한 캐릭터여서 연기가 편했다고 했다.
그녀는 우연찮게 탤런트 겸 배우 정선경과 출발이 비슷하다. 장정일 원작, 장선우 감독의 「너에게 나를 보낸다」에서 누드 연기로 데뷔한 정선경은 고착화한 이미지를 벗기 위해 오랜 시간이 걸렸다. 똑같은 작가와 감독의 영화로 출발한 김태연, 그녀의 변신이 기대된다.
■이재은
스무살을 맞았던 지난해 그녀는 많은 산을 넘었다. 영화 「노랑머리」와 「세기말」을 통해 사실 연기자 보다는 선정적 사건의 주인공으로 더 많은 조명을 받았다. 세인의 선정적 시선에 대한 이 당찬 스무살의 대답은? 『연기라면 다 할 수 있다』
다섯살 때 아역 탤런트로 출발, 연기 인생 16년이다. 연기에 뼈를 묻은 인생에 연기의 벽은 없을 것이다. 「노랑머리」에서의 음울하고 도발적인 연기, 「세기말」에서의 환멸에 찬 표정 등 심상찮은 연기였다. 하지만 사회적 벽을 넘기엔 스무살은 아직 어린 나이다. 사람들은 여전히 스캔들의 주인공으로서 쉽게 떠올린다. 그 묘한 긴장 속에 이재은은 서있다.
그 접점에서 이재은은 요즘 바쁘게 뛴다. 연기자란 사실을 증명하려는 듯. 지난해 12월말부터 동숭아트홀에서 공연중인 뮤지컬 「황구도」에 출연해 매일 땀을 흘린다. 똥개와 스피츠의 사랑을 다룬 이 작품에서 스피츠 캐시 역을 맡아 국악예고에서 닦은 소리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3일 첫방송된 KBS2 월화 미니시리즈 「나는 그녀가 좋다」로 1년 만에 드라마에도 복귀했다. 순정파 돈키호테 안재환과 순수하고 착한 명세빈 사이를 이간질하는 심술궂은 부잣집 딸 역이다. 얄밉지만 푼수끼 있는 귀여운 악역이다. 지난해 초 KBS2 「천사의 키스」에서 악녀 역을 맡은 후 다시 전산 PD와 호흡을 맞춘 작품.
『성인 연기자로서 거듭나고 싶어요』 그녀는 아직 불안한 줄 위에 서 있다. 어디로 떨어질지 모른다. 그만큼 스무살은 가능성과 위험성을 동시에 지닌 나이다. 그녀의 소망대로 안정된 성인 연기자의 토대를 갖추기 위해선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은 많은 듯 하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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