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의 지뢰밭을 통과했다고나 할까. 2000년을 맞으며 가슴 졸였던 Y2K문제(컴퓨터 2000년 연도인식오류)는 전세계적으로 별 탈없이 해소된 것같다. 우리나라도 4일 금융기관의 정상 가동에 따라 정부가 중점적으로 대비했던 13개분야에서 거의 완벽하게 Y2K문제를 극복했다는 결론이 내려지고 있다. 역시 인간은 과학기술의 불청객에 대한 제어력을 아직 갖고 있음을 확인한 셈이다.만사가 그렇지만 뒷말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과연 그렇게 호들갑을 떨어야 할 일이었던가. 지레 겁을 먹고 불필요한 낭비를 한 것은 아닌가. 컴퓨터 시스템의 표준을 쥐고 있는 미국과 미국기업들의 장삿속에 세계가 지나치게 끌려다녔던 것은 아닌가. 앞으로 수많은 음모론과 에피소드가 나올 것이다.
미국에서도 뒷말은 무성하다. Y2K문제 해결을 위해 약 2,000억달러 정도의 비용을 투입했던 탓으로 그 반작용이 만만치 않다. 특히 러시아와 중국같은 대국들이 미국의 1%정도의 비용을 썼다는 사실에서 낭비가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우리는 이런 뒷말과 비판이 미국에서 나오든 우리나라에서 나오든 한번 경청하고 반성하는 계기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예산 1,100억원을 비롯, 13개 중점분야의 Y2K대처에 1조1,000억원이 투입됐다. 여론에 편승한 자원낭비가 있었을 지도 모르고, 미국회사들에 이익이 돌아갔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같은 조직일지라도 광속으로 발전하는 정보통신기술에 맞춰 한푼의 낭비도 없고 대비도 완벽한 「퍼펙트게임」을 하기에는 Y2K문제가 그렇게 간단한 사건은 아니었다고 본다. 미국의 첩보위성 송신중단 사고나 우리나라의 아파트 온수공급 중단등에서 보듯이 Y2K는 자동차 사고같은 가상사고가 아니라 「명확하고 현존하는」 위험이었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Y2K대응이 던진 두 가지 교훈을 음미할 필요가 있다.
첫째, 정부나 기업의 위기관리 능력을 크게 함양시킨 점은 값진 경험이다. 정부 Y2K대책 팀의 경험은 정보화 세계화시대에 소중한 「노하우」로 남을 것이다. 이번과 같은 준비와 대응력을 정부나 기업이 평소에 갖춘다면 수없이 경험했던 예측불허의 대형사고도 상당히 줄이게 될 것이라고 본다.
둘째, Y2K소동은 미래의 충격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문제는 10년전 세상사람들이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컴퓨터와 생명공학의 비약적인 발달이 진행되고 있는 새 세기, 새 천년에 맞이할 미지의 재앙들에 비교할 때 Y2K는 극히 초보적인 위험이었는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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