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발레에 새 얼굴이 등장했다. 엄재용(20). 지난 연말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 공연(12월 17~2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남자 주인공으로 첫 선을 보였다. 한국 발레 사상 최연소 주역 데뷔이자 그로서는 처음 서는 큰 무대였지만, 당당하고 기품이 있어 눈에 확 들어왔다. 180㎝의 큰 키에 훌륭한 체격과 잘 생긴 얼굴, 여자 파트너를 여유있게 이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미국 워싱턴의 발레학교인 키로프 아카데미 학생이다. 선화예고 때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영재 1호로 입학, 1학기를 다니다 97년 키로프 아카데미 특별장학생으로 갔는데 올 여름 학교를 마친다. 그를 데려간 키로프 아카데미의 엘레나 비노그라도프 교장은 『타고난 음악성, 완벽한 신체조건, 멋진 재능을 갖춘 무용수』라고 평가했다.
아직 이렇다 할 콩쿠르 경력도 무대 경험도 없는 그를 기대주로 꼽는 건 성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워낙 타고난 자질이 뛰어나 고교 시절부터 일찌감치 미래의 주역 감으로 주목받아왔다. 노력만 보탠다면 대성할 것이라는 게 주변의 평이다.
어릴 때 꿈은 아이스하키 선수. 운동이란 운동은 못하는 게 없어 초등학교 시절 높이뛰기·아이스하키 선수였다. 아이스하키 팀이 있는 중학교에 들어갔다가 반 년 만에 방향을 틀어 다시 선화예중에 입학, 발레를 시작했다. 발레를 하는 어머니(김명회·서원대 교수)의 영향이 컸다. 그러나 발레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어머니는 처음엔 반대했다고 한다.
올해의 숙제는 콩쿠르 우승. 그래야 군대 문제가 해결된다. 발레를 하는 남자에게 군 현역 복무는 재앙이다. 몸이 굳어버리기 때문이다. 콩쿠르에서 우승하면 현역을 피할 수 있다.
『남들에겐 없는, 나만의 특별한 느낌을 주는 무용수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조용하고 수줍은 표정이다. 남들은 기초가 탄탄하다고 칭찬하는데 본인은 기초가 약하다고 걱정한다. 가장 하고 싶은 역은 「지젤」의 알브레히트. 아직 덜 다듬어진 보석, 그의 재능이 눈부시게 피어날 날을 기다린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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