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가 우리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불확실한 가운데 국민들은 우리 사회가 새천년에 대한 비전이 없는데 대해서 답답해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정치적 과제(agenda)는 예나 지금이나 같은 것이고 똑같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반복됨으로써 사회 전체의 무기력증을 확대시키고 있다. 한국일보 여론조사에 의하면 IMF 사태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물음에 47%가 정치인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80년대초 어느 신문기사가 생각난다. 원양어선 선원이 바다에서 실종된 후 며칠동안 뗏목 하나 붙잡고 있다가 구조됐는데, 당시 느낌을 사람들이 물었더니 『물에 빠지니까 잠이 쏟아지는데 잠들면 죽는다는 생각과 가족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이대로 죽을 수 없다는 생각뿐이었다. 산다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것을 배웠다』고 대답했다. 당시 대통령은 『나는 목숨을 걸고 정권을 잡았다』고 종종 말해 선원의 말과 비교해보면 씁쓸한 느낌이 든다.
지금 세계 각국은 21세기 국가전략을 짜기에 부심하고 있다. 미국은 97년 대통령자문기구로 새천년위원회를 발족, 「과거를 존중하며 미래를 생각한다」는 좌표를 세웠다. 일본은 「부국유덕(富國有德)의 국가건설」을 21세기 과제로 잡았다. 중국은 지난해, 2010년까지 국민총생산을 2배로 늘려 일상생활에 걱정이 없는 수준으로 인민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키고 21세기 중엽에는 부강·민주·문명의 완벽한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어느 나라든지 그 나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당면한 현안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전략가(strategist)가 필요하지만 현안을 뛰어넘어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리더(visionary)도 필요하다. 당대를 뛰어넘는 비전을 제시한 지도자로는 만델라 처칠 대처를 들 수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28년간 옥살이를 했던 만델라가 집권했을 때 인종간 충돌이 우려됐으나 그는 국민화합을 이룩해냈다. 처칠은 2차세계대전때 독일이 런던을 공습하고 있을 때 이미 전후 소련의 팽창을 걱정했다. 대처는 경쟁원리를 도입한 경제정책으로 오늘날 영국경제 회복의 초석을 다졌다.
얼마전 경마경기에서 어느 말의 기수가 말에서 떨어졌는데 기수가 없는 그 말이 오히려 1등을 했다. 말이 알아서 뛰는 것이지 기수가 채찍으로 때리기 때문에 우승을 하는 것은 아닌 것이었다. 손정의 이민화 김종훈씨의 성공사례가 보여주듯이 21세기는 개인의 창의력이 중요한 지식기반의 사회이다. 개인의 창의력이 발휘될 수 있는 시장여건을 만드는 것이 정치 지도자의 책임이라면 이러한 변화에 대비하여 준비하는 것은 우리 개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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