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을 놓는 사람과 이를 넘겨받는 사람과의 관계가 끝까지 순탄할 것으로 믿는 사람이 있다면 이보다 더 순진한 경우는 없을 것이다. 양도와 양수가 호주머니에서 밤톨 꺼내듯 쉽지 않은 것이 권력의 속성이다. 형제간은 물론, 심지어는 부자간에도 이전투구 양상이 벌어질 만큼 비정하다. 흡사 아구 안맞는 노름판 생리와 다를게 없다. 그래서 뒤가 구린데가 있거나, 켕기는 사람일수록 기를 쓰고 자신의 입김으로 후계자를 만들려 한다. 퇴임후를 보호받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렇게 점지한 후계자로 부터 후사를 잘 보호받았던 경우 보다는 실패한 예가 더 많은 것이 지난 역사다.■넘기는 쪽이 느끼는 극도의 허전함과 달리, 받은 쪽은 대체로 이양과정의 고마움을 쉽게 잊는다. 오히려 마치 자신이 쟁취한양 기고만장하게 되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자신의 육사동기생이자 평생동지 노태우씨를 후계자로 「점지」했다가 백담사로 유배갔던 전두환씨의 경우가 좋은 예다. 전씨가 『당선에 도움될 것 같으면 내 몸이라도 밟고 가라』며 모든 것을 내던졌지만 노씨의 6공이 정권생성 과정의 원죄까지 감당하기엔 벅찼다.
■마찬가지로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고 공소권 없음을 선언했던 김영삼정부도 「역사 바로 세우기」로 전·노씨의 정권찬탈 과정까지를 단죄할 수밖에 없었다. 3당합당 때의 의리만으로는 불법조성 정치자금을 축재한 이들의 파렴치한 행위까지 감쌀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집권내내 기행으로 말썽이 그치질 않았던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구랍31일 권좌에서 물러났다. 외신에 따르면 후계자 푸딘총리로부터 퇴임후를 보장받고서 였다고 한다. 물러남도 기행만큼이나 극적이다. 그러나 뉴스위크 최신호등은 옐친일가의 부패상이 결국 푸딘에게 홀로서기를 강요하게 될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옐친의 마지막 도박 성공여부가 주목되는 이유다. /노진환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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