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공 허모(53)씨는 1월 중순 서울 영등포구 노숙자 쉼터 「자유의 집」생활을 1년만에 청산하고 고향인 제주도로 떠난다. 그간 막노동판에서 모은 돈은 1,000여만원. 98년 7월 10년을 함께 일한 하청업주가 부도를 내는 바람에 투자한 7,000여만원을 떼이자 죽음을 생각했던 허씨는 이제 부인, 딸과 함께 할 새 삶의 꿈에 부풀어있다. 『작년 3월부터 비 오는 날을 제외하곤 죽으라고 일했다. 서귀포 월드컵경기장에서 일하며 작은 셋방이라도 얻어 가족과 함께 살 수 있어 더없이 기쁘다』자유의 집 생활 2달째인 변모(33)씨의 꿈은 비디오대여점 운영. 변씨는 96년 D자동차 퇴직 후 시작한 싱크대납품업체가 IMF한파로 부도나자 알코올중독에 빠졌다. 중독증세로 사회적응을 할 수 없었던 그는 지난해 11월 자유의 집에 입소, 자활프로그램을 통해 술을 끊었다. 그는 『이곳 식당에서 잡일을 거들며 적은 돈이나마 벌고 있지만 3월부터 날이 풀리면 건설공사장에서 제대로 돈을 벌어 꼭 재기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서울 자유의 집이 4일 개소 1주년 기념식을 겸해 이같은 재활사례 보고회를 가졌다. 이곳에는 지금까지 8,000여명의 노숙자가 거쳐갔고 이들중 1,000여명이 새 삶을 시작했다. 현재 수용된 인원은 996명.
이규형(李圭衡·50)대외협력실장은 『노숙자 딱지가 붙으면 마치 전과자처럼 백안시하는 사회풍토가 한번 인생에서 실패한 우리 식구들을 다시 일어설 수 없게 만든다』며 『주변의 따뜻한 배려가 이들에겐 천만금의 힘』이라고 말했다.
기념식에는 고 건(高 建)서울시장, 서울시노숙자대책협의회장인 이재정(李在禎) 성공회대총장 등이 참석해 격려했다.
김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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