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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남북한 경제공동체의 21세기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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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남북한 경제공동체의 21세기적 의미

입력
2000.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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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경제공동체는 장기공존 통일정책의 핵심 목표다. 김대중 정부의 통일정책은 미래의 통일방안보다 현재의 평화적 공존체제의 실현을 보다 중시한다. 그래서 교류협력의 활성화를 통해 남북관계의 현상 변화를 일관성 있게 추진해 왔다.방북자의 증가, 금강산 관광의 실현, 사회문화교류의 활성화 등 교류협력 분야는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하다. 특히 현재의 남북관계에서 경제협력은 국제구도속에서 남북한 당사자 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는 분야이며 북한이 사활적 이해를 갖고 관심을 보이고 있는 영역이다. 경제공동체 구상은 경제협력의 현실적 기반을 반영하고 있으며 호혜적 남북관계의 미래상을 제시하고 있다. 일부에서 경제공동체 구상을 낡았다고 지적하기도 하지만 달라진 한반도 주변 환경과 새로운 통일접근법을 고려할 때 재해석의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첫째, 경제공동체는 남북한의 대결적 상호인식을 불식시킬 수 있다. 포용정책은 흡수통일을 배제하고 있으나 북한은 포용정책의 공세적 측면에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체제위협감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장기공존 정책이 보다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경제공동체 구상은 남북한의 경제적 공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붕괴유도 정책이 아니다. 북한이 평화적 공존에 합의한다면 경제적 공영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둘째, 경제공동체 구상은 변화한 시대의 새로운 통일개념이다. 21세기의 국제환경속에서 경제협력을 통해 남북한의 발전 격차를 해소하고, 북한의 경제 현대화를 통해 통일 비용을 축소하며, 남북한의 호혜적 분업을 통해 새로운 한반도 경제권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이미 경제공동체는 시작되었다. 다만 통합의 수준은 남북관계의 질적 수준을 반영하여 점진적으로 격상될 것이다. 첫째 단계에서는 남북한이 경제협력의 기반을 구축하는 환경조성이 필요하다. 경제협력의 양적 확대 및 질적 수준을 제고하여 상호의존도를 높이고 북한의 인프라 지원 등 기본적인 투자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둘째로 경제협력의 제도화 단계가 필요하다. 통상, 통행, 통신협정과 대금결제를 비롯한 금융협력은 교류협력부속합의서에서 합의한 경제공동위를 가동해 합의해야 한다.

이러한 단계를 거치면 남북한간 생산요소의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해지는 경제공동체 단계로 진입할 수 있다. 경제공동체 단계에서 남북한은 공동으로 국토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산업분업체제를 정착시키며 통화통합 논의를 진행하는 동시에 공동체 형성에 따른 법적 제도적 장치를 구축할 수 있다. 각 단계의 이행시간은 남북한의 군사적 긴장완화 수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장밋빛 미래상이 아니라 구상을 현실화할 수 있는 방법론이다. 아직 남북관계의 현실은 낙관의 틈을 허용하지 않을 만큼 불투명하며 경제협력의 경제성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반응이지만 우리 내부의 준비수준 또한 여전히 미흡하다. 경제 공동체 구상이 과거처럼 「관제 이데올로기」가 아닌 「민족적 과제」가 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사람들의 열린 토론이 필요하다.

언제나 반복되는 총론을 둘러싼 추상적인 논쟁이 되풀이돼서는 안된다. 이제는 구상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각론의 심층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남북관계의 경제적 접근이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 파급효과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김연철·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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